국내 연구진이 무게 1kg 미만의 가벼운 '탄성 슈트'를 개발해 고령자와 재활환자의 신체 기능 향상에 나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텐세그리티(Tensegrity) 구조 기반의 초경량 착용형 보조 장치를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통해 보행 속도와 근력 등 신체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텐세그리티 구조로 로봇 한계 극복… "1kg의 기적"
연구진이 선보인 탄성 슈트는 기존 웨어러블 로봇이 가진 무거운 무게와 비싼 가격, 착용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텐세그리티' 구조다.
텐세그리티는 인장력(Tension)과 구조적 안정성(Structural Integrity)의 조화를 통해 형태를 유지하는 원리로, 텐트나 우산이 가벼운 뼈대와 줄만으로 견고함을 갖는 것과 유사하다. ETRI는 해당 원리를 인체 보조 장치에 접목해 척추와 하지 부위를 자연스럽게 지지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앉았다 일어서기, 걷기, 물건 들기 등 일상 동작에서 신체 부담을 덜 수 있다.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순간에만 균형을 보조해 근력과 지구력이 저하된 고령자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신호철 ETRI 휴먼증강연구실 박사는 "인체의 근골격계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기술"이라며 "1kg 이하의 수동형 제품부터 모터와 AI(인공지능)를 탑재한 능동형 시스템까지 확장 가능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서 효과 입증… 근력 40%·보행 14% 향상
실제 효능도 검증됐다. ETRI는 충북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와 공동으로 65세 이상 고령자 및 신체 장애인 2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착용 후 보행 속도는 약 14% 빨라졌으며, 심폐 지구력 지표인 보행 거리도 약 9% 증가했다. 일상생활과 직결된 동작에서도 뚜렷한 개선세가 나타났다. 물건을 들어 옮기는 시간은 22%, 계단을 오르내리는 시간은 18% 단축됐다. 특히 하지 근력을 나타내는 '의자에서 일어나기' 수행 능력은 약 40%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시험을 이끈 공현호 충북대병원 교수는 "탄성 구조가 움직임과 균형을 자연스럽게 지원해 신체 기능이 저하된 고령자에게 두드러진 효과가 나타났다"며 "향후 장애 정도와 체형에 맞춘 디자인으로 보조 효과를 최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노인 재활센터, 주간보호센터, 산업 현장 등에서 실사용 테스트를 거쳐 상용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의료, 돌봄, 노동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