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자동차 시장이 단순한 차량 조립과 판매 거점을 넘어 미래차 공급망을 아우르는 거대 산업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인도, 브라질, 아세안 등 주요국이 자국 내 배터리 및 부품 생산을 강제하는 정책을 연이어 도입하면서, 전기차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됐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폭넓게 아우르는 개념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간한 이달 ‘모빌리티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자국 제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자동차 산업 정책을 도입 중이다.
인도의 ‘생산연계인센티브(PLI)’, 브라질의 ‘모베르(MOVER)’ 프로그램, 인도네시아의 자국 부품 사용 요건(TKDN) 등은 모두 완성차 조립을 넘어 핵심 부품과 배터리 가치사슬의 내재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반제품 조립(SKD·CKD) 중심이던 과거의 시장 접근법은 한계에 직면했다. 특히 중국계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완성차 수출에 그치지 않고, 배터리 및 소재 공급망까지 동반 진출시키며 현지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잠식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사우스가 글로벌 업체와 현지 기업, 중국 업체가 맞붙는 쟁탈전의 무대가 됐다고 진단한다.
이순남 전 기아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장(KGM 사외이사)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를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진출하는 신흥시장이 아닌 기존 업체와 중국 업체, 현지 기업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새로운 겨앵 무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기보다 국가별 정책과 소비 변화에 맞춰 상품과 생산, 가격, 전동화 전략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도 시장의 경우 배터리 셀과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의 필수 요소로 떠올랐다.
김세희 HMG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인도 자동차 산업 역시 단순 조립 중심의 생산 기지에서 미래차 제조 생태계를 갖춘 거점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전기차 시대에는 단순 조립 생산을 넘어 배터리와 부품 공급망을 포함한 미래차 제조 생태계 구축이 새로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국내 자동차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도 단기적인 판매량 확대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현지화 전략 개편이 요구된다. 보고서는 공장 설립을 넘어 상품 기획과 연구개발 역량까지 현지로 이전하고, 지역별 파트너십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종합적인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