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구리 가격이 미국의 정련구리 관세 도입 가능성과 미국 외 지역의 재고 감소, 칠레의 생산 차질 우려가 맞물리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LME 3개월물 구리는 장중 톤당 1만4,779달러까지 올라 1만5,000달러 선에 근접했다. 반면 뉴욕증시는 중동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물가지표 발표를 앞둔 경계감으로 하락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3개월물 구리는 8일 톤당 1만4,779달러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4거래일 연속 강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투기적 매수세와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구리 가격이 처음으로 1만5,0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미국으로의 구리 물량 집중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이 2027년부터 정련구리 수입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관세 시행 전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뉴욕상품거래소(COMEX) 구리 재고는 약 69만6,000톤으로 사상 최대 수준까지 늘었다.
반면 미국 외 지역에서는 재고 감소세가 뚜렷하다. LME 구리 재고는 5월 말 이후 약 40% 줄었고, 상하이선물거래소(SHFE) 재고는 3월 중순 고점 대비 85% 감소했다. 미국으로 물량이 집중되면서 유럽과 아시아 시장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빠듯해지는 구조다.
칠레의 공급 불확실성도 가격 상승을 뒷받침했다. 기상 악화에 따른 생산 차질 가능성과 광산 생산 전망 하향이 맞물리면서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의 공급에 대한 경계가 커졌다.
여기에 중동 긴장으로 광산과 제련업체의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와 황산 공급 차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에 따른 중장기 구리 수요 증가 기대 역시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오른 가격이 추가 상승을 이어갈지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거시경제 지표에 좌우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구리 가격이 단기적으로 톤당 1만4,40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미국이 관세 시행 여부를 확정해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선제적인 재고 확보 수요가 약화돼 2027년 미국의 구리 수입이 둔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의 물가지표 역시 주요 변수다. 시장은 미 국채 바이백 세부안과 함께 이번 주 발표되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시하고 있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경우 최근 급등한 구리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글로벌 증시는 중동발 유가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약세를 보였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8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38%, 나스닥지수는 0.42% 하락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 공격과 이란의 보복 위협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면서 선박 운항도 둔화됐다. 이에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며 약 6주 만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 압력을 다시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각됐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58.4%까지 반영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4.79%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주식시장에 부담을 줬다. 높은 금리는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고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업종별로는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에너지주가 1.49% 오르며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반면 비트코인이 8만 달러 아래로 내려가면서 암호화폐 관련주는 약세를 보였다.
일부 반도체주는 AI 관련 투자 기대를 바탕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다만 전체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와 유가, 물가 및 금리 전망이 투자심리를 좌우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경계가 이어졌다.
비철금속 시장에서는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으로 촉발된 지역별 재고 불균형이 구리 가격을 끌어올리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 재고가 쌓이는 것과 달리 LME와 중국 시장의 물량이 줄고 있어 공급 타이트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구리의 추가 고점 경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톤당 1만5,000달러에 근접한 가격 부담과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주요국 금리 상승 가능성이 맞물리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NH농협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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