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초·중·고등학교에 납품하는 모듈러교실 입찰 과정에서 가족·친족 관계로 얽힌 업체들이 담합을 벌여 최대 3배 이상의 가격 상승을 초래한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조사로 드러났다. 기준이 미비한 카탈로그 계약 방식의 허점을 악용했다.
권익위 이명순 부패방지 부위원장이 14일 부처 브리핑실에서 진행한 발표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 3월 특정 업체가 카탈로그 계약으로 납품·임대하는 모듈러교실을 유착 관계 업체들과 동시 입찰에 참여해 담합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부패 신고를 접수했다.
권익위는 전국 13개 지역 33개 학교의 모듈러교실 카탈로그 계약 전반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했으며, 가족·친족으로 구성된 피신고 업체들의 입찰 담합 혐의를 적발했다.
피신고 업체 2개사는 2022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4년간 99건, 1천300억 규모의 사업을 담합으로 수주했다. 같은 기간 전체 카탈로그 계약 발주 물량 324건의 31%에 달한다.
담합을 주도한 A업체는 1천억 원의 규모의 계약 76건, B업체는 293억 원 규모의 계약 23건을 나눠 가졌다. C업체는 수주 실적 없이 들러리 역할로만 입찰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B와 C업체는 2020년 A업체에서 분할돼 가족 및 친족이 대표와 임원으로 있는 특수관계 회사로 조사됐다. A업체 대표는 친족과 함께 B 업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으며, C업체의 대표는 A업체의 배우자였다.
이러한 입찰 담합을 통해 기존의 총액 계약 방식보다 모듈러당 최대 3배 이상의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 총액 계약은 사업제안서 평가위원회에서 가격평가를 거쳐 낙찰자를 선정한다. 반면 카탈로그 계약은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된 카탈로그 계약업체 중 기본 및 선택 평가 항목에서 최고득점자를 낙찰자로 결정한다.
권익위의 실태조사 결과 카탈로그 계약은 설계 단계에서 제안가격 선정에 관한 기준이 없어 담합을 통해 제안가격이 높게 산정되면 낙찰가도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발주 단계에서는 측정 업체에 유리한 항목이 평가 항목으로 채택돼 피신고 업체가 낙찰됐다. 납품 등 계약 과정에서 실내공기질 측정 부실과 같은 규정 위반 행위도 포착됐다.
이명순 부위원장은 “권익위는 입찰 비리 혐의가 있는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 및 추가 비리 적발을 위해 부패 신고 사건을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조달청, 시도교육청 등 관계 기관에 이첩할 것”이라며 “계약 단계별로 마련한 제도 개선 방안은 조달청과 시도교육청에 권고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입찰 담합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시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중대 범죄행위”라며 “특히 모듈러교실의 품질은 학생과 교사의 안전·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이번 입찰 담합과 품질 관리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