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앞두고 이차전지 요소 기술 발전과 유지보수(A/S) 생태계 확장이 새로운 산업 기회로 떠올랐다. 동우상 로보타운 대표는 9일 일산 킨텍스에 열린 ‘K-BATTERY DAY 컨퍼런스’에서 휴머노이드 발전 속도와 배터리 업계의 과제를 이같이 진단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현장에 투입되기 위한 당면 과제 중 하나는 가동 시간 확보다. 통상 근로자의 1교대 8시간 연속 근무 수행을 기준으로 했을 때, 미국 피규어 AI(Figure AI)의 로봇은 약 5시간, 유니트리(Unitree) 등의 로봇은 2시간가량 작동하는 데 그친다. 동 대표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로봇 무게와 전력 소모도 커져 가동 시간 개선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업계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 가지 가동 지속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동 대표는 가동 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대용량·고효율 내장형 배터리 △급속충전·도킹 △전원을 끄지 않고 배터리를 바꾸는 핫스와프(Hot Swap·자율교체)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각 기업은 로봇 특성에 맞춰 배터리 운용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 테슬라(Tesla) 옵티머스는 하루 작업 목표로 2.3kWh 내장형 배터리를 설계했고, 피규어 03 역시 2.3kWh 용량으로 2kW 급속충전 방식을 택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Atlas)와 유비텍(UBTECH)의 워커 S2(Walker S2) 등은 3분 이내 자율 교체 방식을 도입했다. 유니트리 G1의 배터리 용량은 9천mAh 수준으로 약 2시간 보행이 가능하다.
동 대표는 휴머노이드 보급이 확대되면 로봇용 배터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로봇 100만 대가 보급된다면 탑재용과 예비 및 교체 물량을 포함해 최소 300만 개 이상의 배터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급량이 늘어날수록 배터리가 개별 부품을 넘어 로봇 운영 전반의 가동률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인프라가 될 것으로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휴머노이드의 평균 부품 원가(BOM)가 규모의 경제와 부품 설계 개선 등에 따라 2025년 3만 5천 달러에서 2030년 1만 7천 달러 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다. 동 대표는 “반면 배터리팩, 로봇 전용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소프트웨어 등의 운영비와 유지보수 시장은 이제 막 열리는 단계”라며 10대 사업 기회를 제시했다.
고밀도·고출력 셀, 경량 팩, 로봇 전용 BMS 개발을 비롯해 급속충전 인프라, 교체형 팩, 자동 교환소 구축이 포함됐다. 나아가 열관리, 진단 및 A/S, 폐배터리 회수·재사용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친 통합 역량이 요구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선점 경쟁이 구체화하고 있다. CATL, EVE Energy, Sunwoda, Gotion High-Tech 등 중국 기업들은 셀과 BMS, 팩을 통합한 로봇 전용 솔루션을 내놓거나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이다. 미국 피규어 AI는 휴머노이드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자체 설계 및 생산하며 내재화에 나섰다.
동 대표는 배터리 순환 경제 구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로봇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유지보수가 필수적이며, 배터리 단가가 높기 때문에 A/S를 포괄하는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업계의 적극적인 사업 기회 발굴을 당부했다.
‘K-BATTERY DAY 컨퍼런스’는 ‘이차전지 소재·부품 및 장비전(K-BATTERY SHOW 2026)’의 부대행사로 마련됐다. 한국배터리기술인협회와 한국이앤엑스가 공동 주최하며 9일부터 11일까지 전시 기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