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오전 인천의 한 물류센터 6층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서 사용하던 고소작업대와 관련한 배터리 발화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소방당국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진화가 이뤄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고소작업대 배터리 안전을 어떤 기준으로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고소작업대에는 납축전지부터 리튬이온전지까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배터리가 사용된다. 배터리 종류에 따라 위험 특성이 다르고, 같은 종류라도 충전 환경과 사용 기간, 손상 여부, 충전장치 및 보호시스템 등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특정 배터리를 일률적으로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안전대책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같은 ‘리튬’이라도 화학적 특성은 다르다
현장에서 리튬배터리에 대한 경계가 커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시설 등에서 발생한 화재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면서 리튬계 배터리의 화재 위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다만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할 때는 배터리 종류별 특성을 보다 세분화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재 등에 따라 삼원계(NCM), 리튬인산철(LFP) 등으로 구분된다. 각각 에너지 밀도와 열적 특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화재 위험 역시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LFP는 NCM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적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그렇다고 화재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충전과 외부 충격, 내부 단락, 노후화, 비정상적인 온도 조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납축전지도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개방형 납축전지는 충전 과정에서 수소가스가 발생할 수 있어 환기가 충분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화재•폭발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전해액 관리와 단자 상태, 충전기 관리 역시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종류를 ‘안전한 배터리’ 또는 ‘위험한 배터리’로 단순하게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화학적•구조적 특성에 맞는 관리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현장마다 다른 기준…안전관리자도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 산업 현장에서는 사업장이나 발주처의 안전정책에 따라 리튬계 배터리를 장착한 장비의 반입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현장 여건과 위험성평가 결과에 따라 보다 엄격한 자체 안전기준을 적용하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위험요인이 확인된다면 사업장은 그에 맞는 예방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마다 적용 기준과 확인 항목이 다를 경우 안전관리 담당자와 장비 사용자 모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같은 ‘리튬배터리’라는 명칭 아래에서도 배터리 화학계와 용량, BMS 적용 여부, 충전 방식, 사용 환경 등이 다르다. 반대로 납축전지 역시 충전 과정의 환기나 유지관리 상태에 따라 별도의 위험요인이 발생한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특정 배터리의 반입 허용 여부보다는 현장에서 어떤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어떤 조건에서 장비를 사용할 것인지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이는 규제를 완화하자는 의미와도 다르다. 오히려 현장의 안전관리자가 배터리 종류와 사용 조건에 따라 위험을 판단할 수 있도록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자는 취지에 가깝다.
‘배터리 종류’와 ‘관리 상태’를 함께 봐야 한다
고소작업대 배터리 안전관리에는 크게 두 가지 축이 필요하다.
첫째는 배터리 자체의 위험 특성이다. 배터리 화학계와 구조, 용량, 제조사가 정한 충전 조건, 보호시스템 등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는 실제 현장의 관리 환경이다. 충전 장소의 환기 상태와 주변 가연물, 충전기 적합성, 배터리의 손상 및 노후화 여부, 충전 중 관리 방식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리튬이온배터리에 적용되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는 전압과 전류, 온도 등을 감시하고 비정상 상태에서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BMS가 모든 사고 가능성을 차단한다고 볼 수는 없다. 배터리 자체의 상태와 충전장치, 외부 충격, 주변 환경 등 다른 위험요인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개방형 납축전지 역시 충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소가스를 고려해 충분한 환기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충전하고, 점화원이 될 수 있는 요소와 가연물을 관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배터리 안전관리 기준은 ‘리튬인가 아닌가’라는 단일 항목보다 배터리 종류와 충전 환경, 장비 상태, 보호 기능 등을 함께 확인하는 방식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해외 가이드라인도 종류별 위험요인에 초점
국제적인 안전 가이드라인에서도 특정 배터리를 일괄적으로 배제하기보다 배터리별 위험 특성과 사용 조건을 구분해 관리하는 접근을 찾아볼 수 있다.
국제고소작업대연맹(IPAF)이 올해 5월 발표한 고소작업대 배터리 관련 안전 가이던스에서도 개방형 납축전지(FLA), AGM, 젤, 리튬이온 등 여러 종류의 배터리를 대상으로 사용•충전•보관•정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해외 자료는 국내 기준을 그대로 대체하는 규정이라기보다, 향후 현장 안전관리 기준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사례 가운데 하나로 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산업안전보건 관계 법령과 사업장별 위험성평가 체계를 토대로 고소작업대의 사용 환경과 배터리 종류별 위험요인을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필요한 것은 ‘허용과 금지’보다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준
산업 현장의 전동화가 확대되면서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고소작업대와 각종 산업장비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배터리 안전 문제를 단순히 특정 종류의 사용 여부로 접근하기보다 실제 위험요인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해지고 있다.
물론 배터리 화학계에 따른 위험 차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LFP와 NCM, 납축전지는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맞는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동시에 같은 종류의 배터리라도 충전 환경이나 노후화, 손상 상태, 보호시스템 등에 따라 위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장의 안전관리자가 필요한 것은 어느 배터리를 무조건 허용하거나 금지하라는 단순한 답이 아닐 것이다. 배터리 종류별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충전 장소에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장비 반입과 사용 과정에서 어떤 항목을 점검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
관계 기관과 산업계가 함께 검토해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국내 법령과 안전기준을 토대로 배터리 화학적 특성, 충전 환경, 장비 상태와 보호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관리 기준을 구체화한다면 현장별 판단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동시에 보다 체계적인 예방 활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안전의 목표는 특정 배터리를 선택하는 데 있지 않다. 각각의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위험에 맞는 관리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 고소작업대 배터리 안전 역시 ‘무엇을 금지할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엇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논의할 시점이다.
※ 기고자: 우림인터내셔날 전략이사•IPAF 국제고소작업대연맹 자문위원 김태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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