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유해게시물신고
방송인 이상벽
산업일보|kidd@kidd.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프린트 PDF 다운로드

방송인 이상벽

한 장의 사진은 내면을 깨우는 달곰씁쓸한 빛과 같다

기사입력 2010-03-25 17:50:48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프린트 PDF 다운로드
방송인 이상벽
[산업일보]
차이콥스키를 소름끼치게 연주하던 천재 피아니스트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는 여든 살 너머 죽기 직전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한 정력가였다.

환갑이 지나 새로운 꿈을 안고 비상한 방송인 이상벽은 호로비츠와 같은 에너지로 말한다.“아직도 시간은 많다. 일하지 않는 것은 인생을 직무 유기 하는 것이다.”

잊었던 추억을 되돌리는 엘피반(LP盤)의 떨림 같은 사람인줄 알았다. 애틋한 사연을 토로하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이든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든, 그 연령과 직종을 망라해 속 이야기를 들어주고 전하던 ‘국민 진행자’ 방송인 이상벽은 그런 사람이어야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40년을 한결같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폰 케이크 같은 부드러움이 아니라, 바게트 같은 강직함이어야 한다는 것을 그와 만난 자리에서 비로써 실감했다. 지금, 강직함 속에서 출렁이는 그의 감성은 찰나의 ‘사진’ 속에서 새롭게 뛰어 오르고 있다.

사진, 그 설레는 조우

“처음에는 회화를 하려고 했어요. 디자인을 전공한 저로서는 그림에 대한 동경이 언제나 가슴 속에 있었어요. 그래서 그 일면으로 카메라를 가지고 이미지를 찍고 다녔죠.”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미지를 찍고 다니던 이상벽은 사진의 매력에 새 인생을 걸기로 결심한다. 사실, 홍익대학교 디자인학과 재학 시절 사진은 그의 부전공이었다. 또한 10년 동안 연예부 기자를 한데다가, 방송생활을 할 당시에도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할 정도로 그에게 사진은 낯설 것도 새로울 것도 없었다. 카메라를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불현듯 찾아온 설렘은 그의 가슴과 머리를 일렁이게 만들었다. 마치 옛 친구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조우한 것처럼.

“사진을 시작하고 나서 20개월 동안 정말 미친 듯 사진만 찍고 살았어요. 사계절을 담기 위해 얼굴이 새까맣게 변한 줄도 모르고 다녔죠. 겨울을 담기 위해 대관령 정상을 몇 번이나 올랐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방송하던 이상벽이 방송은 안하고 왜 자꾸 대관령에 오르나 했을 거예요. 그렇게 찍은 사진이 2만 장입니다. 사진작가들도 놀라죠. 자신들이 20년 찍을 것 2년 안에 다 찍었다고…….”

어느 책에서인가 읽은 적이 있는 글귀가 떠올랐다. 사람은 기가 막히게 재밌는 순간에도, 뭔가 보람을 느끼는 순간에도 집요하게 마음 한 구석에 ‘남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고. 그 책의 필자는 그것을 공허함으로 칭했다. 하지만 진실은, 공허함이 부르는 또 다른 것에 대한 열정이 아닐까. 빈 그릇을 보면 채우고 싶어지는 것처럼. 그가 가진 에너지를 보면서, 방송인 이상벽은 남다른 공허함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방송인 이상벽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놓는 ‘나무’

이상벽이 만든 2만 장은 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나무는 살붙이처럼 떨어뜨려놓을 수 없는 우리 삶의 일부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린 시절 학교를 다녀오면 곧장 나무 한 짐을 하는 것이 나머지 하루의 시작이었다고. 온갖 과실을 여는 것도 나무, 하다못해 윷놀이며 자치기를 할 때에도 나무는 우리들 놀이의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처음부터 나무를 테마로 찍기 시작했어요. 중요한 건, 나무가 보여주는 아름다움만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에요. 나무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사진에 담아냅니다.”

싹을 틔우고 울창하게 자라 과실을 맺을 때까지, 나무는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들었을까. 어떤 연인들은 흐드러진 봄날 단단한 나무 아래서 굳은 약속을 했을 테고, 어떤 친구들은 나무 아래서 서로의 꿈을 겹겹이 쌓았을 테고, 또 어떤 가족들은 깨어지지 않는 추억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가 전국 각지를 다니며 사진에 담은 이야기들은 지난 2007년 6월, 서울갤러리와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첫 고백을 마쳤다. 니콘 FM2 석 대를 가지고 만들어낸 그의 사진은 잔잔한 울림이 있었고 오랜 여운을 남겼다.

지난해 4월, 충남 예산 갤러리·인 개관 초대전에 이어 6월 뉴욕에서 초대전을 마쳤고, 올해 5월 김영섭화랑에서 이두식 화백과 함께 ‘그들만의 목(木)소리’ 란 이름으로 합동전을 했다. 평생에 걸쳐 한 번의 개인전도 어려운 법인데, 다음달 29일부터 LA 갤러리웨스턴에서 보름간 이어질 그의 해외 두 번째 초대전까지 그의 이야기는 멈출 줄 모른다.

빛으로 담아내는 ‘순간’

이상벽은 불과 몇 달 전부터 디지털 카메라를 쓰기 시작했다. 현상소에 필름을 맡기고 찾을 때까지 마음속에서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는다는 그에게 수동카메라의 의미는 남다른 것이었으리라.

“사진을 두고 건진다는 표현을 흔히들 씁니다. 하지만 사진은 건지는 게 아니에요. 철저하게 만들어지는 거죠.”

모든 사진은 현장에서 끝낸다는 그 나름의 철칙을 가지고 ‘노트리밍, 노필터, 노후드’로 작품을 만들었던 그이지만, 가장 완벽한 한 컷을 ‘만들기’에 디지털카메라는 분명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에도 그가 고수하는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조명이 아닌 자연광에 의존해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남다른 부지런함과 섬세함은 필수다.

온갖 가짜 불빛들로 둘러싸여 있는 지금, 가장 자연 그대로의 빛을 발견할 수 있는 때는 언제일까. 먼동이 트기 직전 미세한 빛과 어스름밤 사라져가는 빛 아래, 그 순간의 적막함 속에서 사진기를 쥔 이상벽의 손은 바삐 움직인다.

세상의 모든 것은 지나간다. 하늘을 쳐다보고, 활동사진 같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지는 해에게 말을 걸고, 고단한 달 아래 침묵을 지키는 그런 모든 순간들을 몇 번이고 가슴속에 남기려 애써도 결국은 지나가고 만다. 사진, 그 ‘순간’을 봉인할 수 있는 그것, 그의 짙은 열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소더비(Sotheby’s)에서 당당히 일억을 호가할 최고의 사진을 만들려는 그의 열망은, 지금도 소래 노을빛이 은은히 기우는 작업실 한편에서 아른아른 피어나고 있다.

골프데일리(http://www.golfdail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제공 산업일보 제휴사 골프데일리]



0 / 1000
주제와 무관한 악의적인 댓글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1000




제품등록 무료 제품 거래 비용 없음!



산업전시회 일정




다아라 기계장터 제품등록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