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그린 위를 수놓은 형형색색의 주인공 이안 폴터. 실력보다는 톡톡 튀는 패션으로 더 주목 받던 그가 PGA 투어 진출 6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감격의 순간을 맞이했다.
신사의 스포츠라 불리는 골프계에 이안 폴터의 등장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삐죽삐죽한 번개머리와 알록달록한 그의 의상에 사람들의 시선은 관심 반, 질타 반이었다. 그런 주위의 시선 속에도 폴터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당당히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으며 패션 센스만큼이나 뛰어난 실력으로 각종 유러피언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람들은 뛰어난 골프실력과 함께 ‘그린 위의 패셔니스타’로 폴터를 주목하기 시작했고,그는 골프계에서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했다.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다
사실 이번 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전까지 폴터의 PGA 투어 우승 기록은 전무(全無)했다. 유러피언 투어에서 8승을 기록했고, 유럽과 미국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 유럽대표팀의 단골 선수로서 뛰어난 실력을 팬들에게 선보였지만 유독 PGA 투어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대회전까지 세계랭킹에서도 11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입증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우승 기록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의아할 정도였다. 2005년 PGA 투어에 진출한 이후 2006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챔피언십, 2008년 브리티시오픈, 2009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2위에 오른 것이 그의 최고 성적이었다. 그랬던 그가 드디어 6년 만에 첫 우승을 신고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큰 힘을 얻었다.
올 시즌 PGA 투어의 상황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선수들의 열기로 무척이나 뜨겁다. 과거 “내가 실력을 최고로 발휘한다면, 우승자는 나하고 타이거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거침없는 발언을 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던 폴터의 성격으로 볼 때, 그는 이번 우승으로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폴터는 대회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너무 기쁘다. 올 시즌 초반에 우승을 하게 돼 기분이 너무 좋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듯이 PGA 투어 진출 6년 만에 가장 상쾌한 출발을 하며, 남은 대회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Ian Poulter Style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에서 폴터는 우승자가 아님에도 우승자보다 더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있다. 스포트라이트의 이유는 역시나 폴터의 의상 때문이었다.
지난 2004년 브리티시오픈에서 폴터는 영국 국기인 유니온 잭의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바지를 입고 출전했다. 점잖은 복장의 선수들 속에서 그의 복장은 단연 눈에 띄었다. TV 카메라와 중계진도 이런 그의 모습을 담아내느라 정신없었고, TV를 통해 그의 모습을 본 일부 사람들은 대회 주최 측에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필드에서 역시 그에게 휘파람을 불며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야유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폴터는 경기 도중 갤러리들 사이에서 그의 패션이 멋지다는 말과 휘파람 소리에 무척 신났고, 어떤 팬이 그 바지가 진짜 바지냐고 묻자 그 자리에서 바지를 벗어 확인시켜주겠다며 상황 자체를 즐기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의 복장에 딴죽을 걸던 사람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선수의 복장을 규정하는 룰도, 유니온 잭 무늬 바지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폴터도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을 강조했고, 이는 ‘이안 폴터 스타일’이 탄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안 폴터 스타일’은 필드 위에서 뿐만 아니라 폴터가 직접 의류사업에 뛰어 들어 자신의 스타일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과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단정하고, 클래식한 골프의상에 지루함을 느꼈던 골프팬들은 그의 패션에 호감을 표했고, 환호했다. 대회마다 그의 의상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고, 그의 패션을 보기 위해 많은 갤러리들은 일부러 필드를 찾기도 했다. 이제 PGA 무대에서 더 이상 그를 배제한 채 그린 위의 패션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메이저 챔피언을 향해
폴터는 항상 인터뷰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을 목표로 얘기하곤 한다. 팬들의 관심도 좋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메이저 트로피라고 폴터는 메이저 챔피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있다.
우승이란 타이틀을 얻지는 못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올랐던 그의 성적을 봤을 때, 꿈을 이룰 적기는 올해가 아닐까 한다. 생애 첫 PGA 투어 트로피, 우즈의 빈자리 등 그가 꿈을 향해 가는데 올해만큼 좋은 기회가 다시는 안 올지도 모른다. ‘기회는 왔을때 잡아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폴터의 골프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수려한 외모, 뛰어난 패션 감각, 거침없는 말솜씨 그리고 세계 정상급의 실력까지 겸비한 퍼펙트한 골프 선수 이안 폴터. 그 어느 때보다 힘찬 출발을 한 올 시즌, 자신의 꿈인 메이저 챔피언의 주인공이 돼 PGA 투어를 호령하는 최고의 선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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