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코엑스·킨텍스 등 국내 유수의 전시회장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전시회가 막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드넓은 전시회장을 가득 메워야 할 참가업체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그 자리를 휴게공간이나 세미나 장소 등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쉽게 발견되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 열린 산업관련 전시회는 20개 남짓 (연관산업전시회는 한 개의 전시회로 간주)으로, 전시회를 주관한 주관사들은 저마다 ‘역대 최대 규모’를 내세우며 참가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상당수의 소규모 업체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전시회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크게, 구체적으로 들리고 있다. 전시회장 자체에 관람객도 없고, 있다 하더라도 대기업에만 관심을 둔다는 것이 참가기업들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다. 기존 전시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더 싸늘해지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지난 3월 수도권에서 열린 한 산업전시회의 마지막 날 만난 참가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창업하고 처음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전시회 관계자를 만나서 따지고 싶을 정도”라며 “소규모 업체는 동선 상 가장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 몰아넣어서 업체 부스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해 놓았다”며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전시회에서도 전시회 참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4월 초에 열린 한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는 “예전에는 전시회에 참가할 때 신규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경쟁업체가 나오니까 ‘우리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한 번 참가할 때마다 발생하는 비용이나 시간, 인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보면 나오지 않는 것이 이득이지만 전시회에 참가안하면 업계에서 회사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돌기 때문에 억지로 나온다”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전시회장에서 만난 업체는 전시산업 자체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일단 우리와 상관이 있다고 생각되는 전시회는 모두 다 참가했다”고 밝힌 이 업체는 “전시회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전시주관사가 난립하면서 비슷한 전시회들이 많아졌고 결국에는 참가업체와 주관사 모두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전시회가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시회 주관사들도 할 말은 있다. 전시회장의 공동화에 대해 이들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참가업체들이 줄어들고, 신규투자도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전시회가 활성화 되지 않는 것을 단순히 전시회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주된 항변이다.
그러나 비슷한 성격의 전시회가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산업부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었으나 ‘일단은 시장을 키우자’는 기류가 형성됐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격년으로 전문전시회를 개최하는 협회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규모 부스가 전시회에서 소외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의 부스가 사통팔달로 연결되도록 해 많은 관람객들이 이들과의 접점이 생기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부스도 별도로 제작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체로 채워져야 할 전시회장을 휴게공간과 세미나 공간이 차지하는 것이 모두 전시회 주관사의 탓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위의 협회처럼 전시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는 것에 대한 문제인식은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