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국에서 중국산 철강재의 시장 잠식이 위협적인 것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중국산이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일본 철강업 및 수요산업 특성, 거래관행, 유통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이진우 수석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법적·제도적 장벽보다는 장기간 형성된 Supply Chain의 폐쇄적인 관행들이 자연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현지 건설업의 경우, 외국 철강 업체가 JIS 규격을 취득해도 발주자가 수입산 구매를 배제하는 관행이 있으며, 자동차 분야는, 높은 기술장벽과 함께 일본 철강사 제품 집중 구매 관행과 까다로운 납입 조건 등이 수입재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상사들은 철강 제품의 생산-판매 코디네이션 기능과 함께, 수입재에 대한 견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적인 특성은 거래의 지속성·안정성을 제공하고, 외부 진입을 차단해 고(高)원가·고(高)품질 구조로 유도하는 측면도 존재하고 있다.
한편,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철강 User들의 저가품 중시 구매 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엔저 현상 및 중국발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철강수요업체들의 구매처 다변화 움직임은 고급 제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 철강 유통 구조는 상사, 중소 유통업체, 수백 곳의 개인 에이전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한 수입 경쟁 전개되는 등 일본에 비해 과도하게 오픈된 시장으로, 철강 생태계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이 연구원은 우려를 표했다.
이 연구원은 “지금은 국내 철강산업의 본격적인 구조조정기에 대비해, 한국 철강 유통업계도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를 모색할 시점”이라며, “유통업체들은 고객에 대한 제안능력 강화, 신(新)수요 창출 기능, JIT 대응력 제고 등 철강사 마케팅의 전방기지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그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성 확보, 수익원 다변화, 철강업체들과 연계한 B to C 철강 유통 모델 도입 등 유통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모색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내 철강사는 Market 대응력 제고 위한 내수 직계 유통 관리 강화 및 거래의 장기 지속성을 우선 고려한 마케팅 정책의 재정립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며, “장기적 시각의 일관된 가격·물량 정책을 전개해, 최우선적인 고객 신뢰회복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