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인간의 그늘을 벗어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이것을 처리한 후, 저것을 처리해라’는 식의 단순한 명령 프로그래밍에 그쳤던 AI 기술이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컴퓨터 성능의 획기적인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두뇌에 가까운 ‘신경망’ 프로그래밍으로 발전했다. 더 이상 인간이 일일이 필요한 내용을 입력하거나 문제 푸는 방법을 명령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러한 AI의 발달은 인간에게 놀라운 편의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는 동시에,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공지능의 첫 번째 반전이다.
최근 개최됐던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AI와 사물인터넷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부의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로봇에게 저임금, 단순 기술직 인력이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며, 사무직과 같은 ‘중급 숙련직’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의 ‘이상한 호텔(헨나 호텔)’ 프론트에는 로봇이 접수를 받고 있으며, 손님의 짐을 객실까지 날라준다.
또한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들은 향후 약 30년 내에 AI로 인해 전 세계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AI의 발달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 빈부격차를 더 벌려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경제 구조가 단순하고, 저렴한 노동력이 자산인 라틴아메리카나 인도 등 신흥국들은 AI의 보편화로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기술 발전으로 빈부격차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반면, 경제구조가 유연하고 고급 기술직이 많으며, 자본력이 있는 선진국의 경우, AI와 기술 발달로 더 큰 이윤을 낼 수 있다.
AI의 두 번째 반전은, 현대 기술문명의 발달로 무대 뒤편으로 물러났던 철학이나 예술의 지위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UBS는 AI의 발달로 고임금 고급 기술직 등 로봇으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직업군은 큰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발전으로 찬 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인문학이 기술발달로 제 2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AI가 아무리 인간의 두뇌에 근접하게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삶의 가치를 묻고 영원을 추억하는 철학자의 고뇌와 예술가의 사랑까지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