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인수해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는 거침없는 M&A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오래된 전통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체 연구개발을 해야하는 시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손쉽게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혁신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KOTRA의 ‘활발한 기술기업 인수로 클라우드 서비스, AR/VR, 5G, 인공지능 시대 준비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 보고서에 따르면, 다양한 신생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 및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 거대 IT 기업들이 너도나도 공격적인 M&A에 뛰어들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의 최근 M&A 활동을 검토한 결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1위, 애플이 2위를 차지했다. 구글과 애플뿐만 아니라 다른 ICT 기업들도 기업인수의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혁신을 구매’하는 실리콘밸리의 ICT 기업들의 M&A 활동을 분석하면 이들 기업이 어떤 사업분야를 구상하고 미래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구글, IBM, 세일즈포스 등이 집중하고 있다.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곳은 아마존이지만, 구글이 최근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저장 부문을 아우르며 가장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어, 향후 더욱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VR/AR 시대를 대비 중이다. 애플은 최근 가상현실회사 넥스트VR을 인수할 계획으로, 40건이 넘는 특허권을 양도받아 애플 자체 연구에 더해 한층 강해진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은 뇌 신호를 이용해 컴퓨터와 통신하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컨트롤랩스를 인수해 자사 플랫폼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소셜 엔터테인먼트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MS와 엔비디아는 5G 이동통신의 효과적인 지원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S는 가상화된 클라우드 네이티브 모바일 네트워크 솔루션을 통해 데이터 통신의 혁신을,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업무부담을 최적화해 인공지능이 요구하는 고성능컴퓨팅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KOTRA의 이지현 미국 실리콘밸리 무역관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ICT 선도기업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거침없이 신기술을 인수하고 기존의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이루며 지속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중소 및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 규모가 늘어나고 있지만, 투자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전문가들은 M&A 시장이 전무한 것이 선순환이 막힌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 무역관은 ‘M&A를 단순히 비용 지출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도 M&A에 대한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미래를 대비한 전략적인 기술 인수로 경쟁력을 제고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