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중 관계 재설정 및 새로운 협력 방안이 논의중인 가운데, 9일 서울 강남 트레이드타워에서 ‘한-홍콩 공급망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무역협회와 홍콩무역발전국이 공동 개최한 이번 행사의 발표를 맡은 김경훈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협력관계의 심화, 분업구조의 고도화가 양국 발전에 기여한 점도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공급망 리스크로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요소수 수출 중단으로 인해 국내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예로 든 그는 앞으로 공급망 교란과 생산비용 상승은 물론, 배터리 등 새로운 성장산업 있어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거, 주요 선진국은 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을 부정적 시각으로 봤던 것과 달리, 이제는 정부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 산업 정책을 육성하고 있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무역 의제에 안보·환경·노동·인권 등 비경제적 가치를 내세워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서 기존 무역 질서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경훈 연구위원은 지난 2일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만을 방문해 TSMC의 전현직 회장을 만난 것과 관련, 미국이 반도체 생산에 얼마나 주력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미국은 Entity List, FDPR, FIRMA에 이어 지난 7월 28일 미 반도체 지원법인 The CHIPS and Science Act 법안을 승인하기도 했다. 전체 예산 규모 2천 800억 달러 중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를 투입한다. 이 가운데 390억 달러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건설에 보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한 미중 경쟁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최근 중국 경제는 질적 성장과 함께, 내수 중심의 경제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GDP에서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60%에서 2020년도 들어 30%대로 떨어졌다. 중국이 중간재를 자체 조달하고 한국에 수출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은 대중무역수지에서 8년간 흑자를 보이다 최근에 적자로 돌아서는 구조적 변화를 겪었다.
한편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 한중 간 교역은 지난해 25%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최근 공급망 위기가 고조되며 두 나라 간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두 강대국 사이에 놓인 한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대중정치의 수립과 리스크 관리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가입한 RCEP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양국 모두 가입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CPTPP 등에 후발 가입국으로 보조하는 방안과 함께 동아시아 지역 공급망을 보다 견고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임은 분명하나 생산을 위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 중국 내 한국 기업의 반도체 공장도 제대로 가동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양국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