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 산업군(이하 BBC) 기업 10 곳 가운데 7 곳은 새해 공급망 상황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다소 보수적인 예상을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BBC 제조기업의 공급망 체감도 조사'를 발표했다. 이차전지(84개 사), 바이오(88개 사), 반도체(128개 사) 총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와 견줘 새해 공급망 상황이 어떨 것같냐는 질문에 과반 기업들은 '작년과 비슷할 것'(51.7%)이라 내다봤다. '악화될 것'이란 전망은 21%, '호전될 것'이라 예상한 기업은 27.3%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와 엔데믹 전환 등으로 호전을 예상한 기업이 악화로 전망한 기업보다 많긴 했지만, 공급망 피해가 심했던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란 답변을 포함하면, BBC 산업 전반이 공급망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작년 공급망 위기 및 애로로 피해를 겪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10곳 가운데 6곳은 “그렇다” (62.3%)고 답했다.
올해 가장 우려되는 공급망 위협 요인으로 기업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지목했다. '공급망 위협 요인별 영향 정도'를 평가한 결과(5점 만점, 점수가 높을 수록 위협적), 러-우 전쟁 장기화(3.9점), 미·중 패권경쟁 등 자국 우선주의 심화(3.8점),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3.7점) 순으로 경계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실제로 지난해 러-우 전쟁의 영향으로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네온가스 등 천연가스의 가격이 최대 20배 이상 치솟으며,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은 적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일상화된 공급망 불안에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한 대응 여부에 응답 기업 절반가량은 '이미 대응하고 있거나 대응책을 마련 중'(48.3%)이었다. 현재 대응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인 기업도 39%에 달했다.

한편, 올해 BBC기업들의 경영활동은 지난해와 견줘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절반 이상(51.7%)기업은 새해 사업운영 방향을 작년보다 ‘소극적 긴축경영’할 것이라 답했다. ‘작년과 비슷’하거나 ‘적극적 확대경영’은 각각 27.3%, 21%로 집계됐다.
투자 계획도 지난해보다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보다 투자를 축소할 것이란 응답(62.7%)이 ‘늘릴 것’이란 답변(37.3%)를 크게 웃돌았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68.8%), 제약바이오(67%), 이차전지(48.8%) 순으로 투자 감소에 관한 응답 비중이 높았다.
채용규모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43%)으로 답한 기업들이 가장 많은 가운데 ‘축소’ (41.3%)의견이 ‘확대’(15.7%) 전망을 앞질렀다.
대한상의 김문태 산업정책팀장은 '새해에도 공급망 분절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조달처 다각화와 차세대 기술개발, 생산기지 이전 등 기업들의 극복 노력도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