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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보호, 육성은 옛말…협력, 경쟁 지원해야”
전효재 기자|storyta1@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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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보호, 육성은 옛말…협력, 경쟁 지원해야”

오동윤 중기연 원장, "중소기업 정책 근본 변화 필요…글로벌화 추구해야"

기사입력 2024-02-28 15: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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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보호, 육성은 옛말…협력, 경쟁 지원해야”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

[산업일보]
“헌법 123조 3항은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입니다. 하지만 보호와 육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글로벌 기업을 키울 수 있을까요? 이 오래된 법을 ‘국가는 중소기업의 협력·경쟁을 지원하여야 한다’로 고쳐야 합니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은 27일 ‘2024 제1차 KOSI 심포지엄’ 특별강연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왜 중소벤처기업인가?’를 주제로 중소기업 정책의 근본적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역동성 사라진 한국 경제…양극화 심화

정부의 정확한 산업 정책 제시, 긴 노동을 감내한 국민의 헌신, 대기업 중심의 효율적 생태계. 오동윤 원장이 제시한 한국 경제 발전의 세 가지 원동력이다. 문제는 셋 모두 한계를 맞았다는 점이다.

오 원장은 “융·복합 시대에 특정 산업에만 생산 요소를 집중하면 실패 가능성이 높고, 긴 노동시간은 생산성이 적다는 비판을 받고, 대기업 중심 생태계는 양극화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가 근로자 양극화를 낳고, 계층 간, 지역 간 양극화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경제 역동성이 사라져 많은 기업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지난 15년 간 주력 수출 품목은 변화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양적 팽창 거듭한 중소기업 정책…“근본부터 바꿔야”

오동윤 원장은 “중소기업 정책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은 1966년 ‘중소기업 기본법’ 제정 이후 양적 팽창을 거듭했다. 2021년 기준 중소기업은 771만 개로, 인구수·GDP 대비 중소기업 수는 OECD 주요국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정책도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양적 팽창을 거듭했다.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 지원 사업은 1천646개에 달했다.

오 원장은 “지원 사업을 뜯어먹으려는 중소기업이 너무 많다거나 일부러 성장하지 않으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정부 정책 자체가 그렇게 설계돼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납품 구조’를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꼽았다. 시장에 제품을 팔지 못하고 납품할 것만 제조하니 생산성을 높일 이유가 없다졌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제조중소기업 매출 비중은 내수가 91.8%에 달하고, 그 중 86.8%는 타 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납품도 경쟁보다 관습적 합의로 이루어졌고, 중소기업이 표준 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있으니 고육지책으로 ‘납품단가 연동제’를 덧댄 것”이라면서 “납품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정책을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회문제 해결 열쇠는 중소기업…협력과 경쟁 지원해야”
“중소기업 보호, 육성은 옛말…협력, 경쟁 지원해야”
2024 제1차 KOSI 심포지엄

오동윤 원장은 “중소벤처기업은 최적의 정책대상이며, 정책의 단위를 중소기업에 맞추면 대부분의 사회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세대 간, 성별 간 갈등, 저출산 등 사회문제 해결책을 중소기업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예를 들어 중소기업 근로자가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적어도 공단 단위, 지역 단위로 어린이집을 세우고, 여성 고용을 활성화하는 식”이라고 설명하며 “10여 년 전 정부는 300인 이상 대기업 어린이집 설치를 의무화하며 거의 무이자로 대출까지 해 주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였다”라고 꼬집었다.

중소기업 정책 패러다임을 보호·육성에서 협력·경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저성장으로 들어선 한국 경제에 시혜성 정책은 맞지 않고, 정부 주도 산업경제 성장 방식에서 시장 주도의 ‘기업 성장’으로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 원장은 “정책은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을 따라잡지 못한다”면서 “기업의 요구에 따라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우선 시장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 놓고 기업이 먹으러 들어오도록 재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성장은 수출보다 ‘글로벌화’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하려면 ‘수출’을 넘어 ‘글로벌화’를 꾀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단순히 물건을 해외로 내보내는 ‘수출’을 넘어, 자본·노동·토지·기술 등 기업의 ‘생산 요소’를 외국과 교류하는 진정한 글로벌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동윤 원장은 “한국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짓고, 해외 청년이 한국에서 기술을 습득하고, 한국 청년이 해외로 나가 일하는 것이 생산 요소의 이동이자 ‘글로벌화’”라면서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은 한국 기업이 ‘다국적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벤처(Venture)와 혁신(Innovation) 중심이었던 중소기업 정책에 글로벌화(Globalization)를 더해 ‘빅(VIG)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하면 초일류 대한민국을 실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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