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국 잠재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내년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재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미래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 정책을 생존 중심에서 성장 촉진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이런 내용의 '중소기업 역량강화 및 성장촉진방안 제언'을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정부가 다양한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해마다 예산을 확대해 왔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후퇴해 세계 최하위권"이라며 "역량 높은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효율성을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 및 지자체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2018년 1천422개에서 2023년 1천646개로 15.7% 증가했고, 예산도 같은 기간 21.9조원에서 35조원으로 60.2% 확대되며 적잖은 재정이 투입됐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중소기업 경쟁력 순위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2005년 41위에서 올해 61위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44위에서 꾸준히 성장해 11위에 안착했다.
OECD 국가들의 기업 규모별 사업체 비중을 보면, 한국은 종업원 50인 미만 소기업이 전체의 96.7%를 차지하는 반면, 50인 이상 사업체는 3.3%에 불과하다.
대한상의는 "한국은 소규모 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로 인해 제조업 내 대기업 고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종업원 50인 미만 소기업의 제조업 일자리 비중은 한국이 42%로 일본(31%), 스위스(29%), 독일(19%), 미국(18%)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한국이 28%에 그쳐, 미국(64%), 독일(62%), 스위스(42%), 일본(35%)보다 크게 낮았다.
현재와 같은 고용 구조로는 생산성과 고용 안정성 모두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 상의의 지적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중소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상의는 모든 중소기업을 일률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성장 가능성과 성과가 입증된 유망 기업을 선별해 차등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성장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인수·합병(M&A)을 촉진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주식 취득 시 기술가치의 5%만 세액공제가 가능해 세제 지원의 실효성이 낮다는 점도 지적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간 정부는 중소기업 생태계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해왔지만,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 지원이 끊기거나 규제에 부딪히는 이중구조에 놓이게 된다"라며 "정부 조달 참여나 공공 입찰 자격 유지를 위해 일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성장을 멈추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 가능성이 높거나 실제로 빠르게 성장 중인 기업에는 보다 과감한 보상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라며 "생존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