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폭염주의보가 연일 발효되는 가운데, 정부가 '폭염작업 시 휴식'을 의무화했지만 현장은 좀처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열악하고, 여전히 예외가 많다.
"국회가 드디어 법을 만들었구나, 이제 폭염에도 죽지 않고 일할 수 있겠구나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현장을 예외더라고요."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타설 일을 해온 박세중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의 말이다.
지난 11일, 고용노동부는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17일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경우 '2시간마다 20분 휴식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보건조치는 '작업의 성질상 휴식을 부여하기 매우 곤란한 경우에는 노동자의 체온상승을 줄일 수 있는 개인용 냉방장치를 지급·가동하거나 냉각 의류 등 개인용 보냉장구를 지급·착용하게 한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곤란한 경우'는 △재난의 수습 및 예방 등 사람의 생명·안전 등과 직결되는 작업 △돌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작업 △항공기 등 운항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작업 △콘크리트타설 등 구조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작업으로 명시했다.
콘크리트타설은 거푸집에 콘트리트를 붓는 작업이다. 굳기 시작한 콘트리트 위에 재차 콘크리트를 부으면 후에 해당 부분에 균열이 생기는 콜드조인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타설노동자는 작업을 시작하면 그날 물량이 끝날 때까지 쉴 수 없다. 원청이 정한 출하 일정에 따라 레미콘이 들어오는대로 작업은 몇 시간이고 계속된다.
박세중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폭염주의보가 날아 들어도 타설공은 옷을 얇게 입을 수 없다. 화학약품이 섞인 콘크리트 작업을 하며 화상이나 피부질환을 피하려면 통풍이 잘되는 옷은 커녕 작업복 안에 타이즈를 껴 입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현장노동자 증언을 위해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폭염 속 온열질환 예방 국회토론회' 현장에 평소 작업복장을 갖춰 입고 참석했다.
"통풍이 안되는 옷에 무릎까지 오는 안전장화, 비닐 앞치마, 안전모, 그리고 타설된 콘크리트가 굳으면서 내뿜는 수화열 때문에 더 힘든 조건 속에서 일 해야 한다"고 했다. 건물 상층이나 기초바닥에서 이뤄지는 작업 현장 특성상 햇볕을 피할 곳은 없고, 큰 맘 먹고 산 비싼 냉방 조끼는 30분도 안돼 냉기를 잃었다.
건설 현장은 여전히 "실질적인 휴게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쉴 수 없는 현장을 '예외'로 둘 것이 아니라 쉼이 가능한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
박세중 국장은 폭염기 1.5배에서 2배의 인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7일 경북 구미에서 출근 첫날 온열질환으로 숨진 23세 청년을 애도하며 열 순응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법이 ‘휴식’을 의무화했지만, 현장 노동자들이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현실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장에 실질적인 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보다 실행 가능성을 높이는 후속 조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