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인공지능(AI)의 경쟁력은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처리하고 안정적으로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은 GPU나 HBM과 같은 고성능 반도체를 확보해 AI 모델 성능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해왔으나, 이제 AI데이터센터(AIDC)의 컴퓨팅 자원을 산업 현장 및 사용자와 연결하는 ‘네트워크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실 주최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토론회에는 KT·SK텔레콤(SKT)·LG유플러스(LG U+) 관계자들이 참석해 네트워크 산업 육성을 위해선 투자를 유인하는 정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G 유지하며 미래망 투자는 비효율…기존망 현대화 접근 필요
SKT 신상민 정책개발실장은 네트워크를 통신 설비가 아니라 국가 전략 인프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그는 “2G부터 5G까지 새로운 체제가 등장할 때마다 빠르게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것이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라며 “AI 확산으로 트래픽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5G SA(Standalone)·6G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통신 시장의 성장은 정체돼 있으며 투자를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 정책개발실장은 “네트워크 정책의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라며 “AI-RAN·5G·6G 데이터센터 간 연결망 등에 대한 투자도 AI 인프라라는 큰 틀에서 세제 밑 투자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레거시 네트워크의 과감한 현대화도 제안했다. “3G와 같은 기존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5G SA·6G에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이라며 “이용자 보호를 전제로 기존 망에 투입되는 주파수·설비·인력을 미래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국가 차원의 현대화 접근이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5G SA와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활용해 기업과 이용자가 필요한 품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실증과 초기 수요 창출을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통신 인프라 투자 편익은 전 산업으로 확산…투자 환경 조성해야
LG U+이아영 대외전략담당은 AI 컴퓨팅 자원을 현장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세제 및 제도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GPU와 데이터센터를 확보라더라도 이를 산업 현장과 이용자가 빠르고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면 국가 AI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술 개발에 머물지 않고 현장 실증과 초기 수요 창출, 실제 투자까지 연결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내다봤다.
이 대외전략담당은 “AI 시대 미래 네트워크에 대한 지속 가능한 투자라는 목표를 정부와 사업자가 함께 설정하고 실천해야 한다”라며 “네트워크 사업자가 투자한 인프라의 편익이 제조·의료·모빌리티·콘텐츠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만큼, 사회적으로 필요한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조성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래망 세제 지원·주파수 정책 연계·AI-RAN 실증을 비롯한 정책을 하나의 투자 패키지로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AIDC 특별법 및 시행령의 세액공제와 관련해서는 “국내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개방형 모델이지만, 자가용(폐쇄형)은 15%, 개방형은 0%라는 공제율 형평성 문제가 존재한다”라며 “개방형 데이터센터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어려운 많은 AI 기업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인프라라는 관점에서 지원 기준이 설계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건축물 부속설비의 공제대상 제외, 반도체 대비 낮은 공제율, 입증이 어려운 사후관리 요건과 같은 현장의 실질적인 애로사항이 반영돼야 실효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해·공 인프라 전방위 투자 위한 인센티브 필요
KT 서은일 통신정책담당은 지상망·해저케이블·저궤도위성을 중심으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인프라 지원책을 설명했다.
서 통신정책담당은 “지상망에서는 AI 수요 폭증에 대비해 초고속·초저지연 네트워크에 대한 기술 투자와 고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라며 “그러나 통신사는 새로운 통신망을 구축해도 추가 수익원이 될 서비스를 만들기 어렵고 ‘요금 인하 여론’으로 수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투자 세액공제 확대·주파수 할당 조건 완화·전파 사용료 인하 등의 투자 추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봤다.
해저케이블을 두고는 “국가 간 데이터 트래픽의 99%가량이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달되며, 한국은 해외와 연결을 해저케이블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해저케이블 확충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KT는 2031년까지 현재 38Tbps(테라비피에스) 용량을 최소 128Tbps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그러나 조 단위 투자 규모와 어민 보상 협상 및 인허가 절차에 수년의 시간 소요되는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또, 해저케이블 보호를 통신사가 전담하고 있는 것도 어려움으로 지목하며 비용 보조, 케이블 보호 등 해외의 정책 사례를 참고해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저궤도위성은 통신 음영 지역 해소와 재난 대응, 국가 안보, 통신 주권의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평균 5년이라는 짧은 수명으로 주기마다 수조 원이 소요된다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서은일 통신정책담당은 “KT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위성을 보유·운영하고 있으며 축적된 역량과 자원을 2035년까지 저궤도위성망을 완성한다는 정부의 목표에 기여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저궤도위성에 대한 공공 수요를 마중물로 활용해 민간의 사업 참여 기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