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버스는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를 넘어 운행하지만,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정보체계와 책임 구조는 지자체별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행정 구역 관할이나 책임소재가 궁금한 것이 아니다. 버스가 오는지, 오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탈 수 있는지를 알고 싶을 뿐이다.
2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버스 정류장 인근 도로가 집회로 인해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이에 해당 구간을 지나던 시내버스들은 특정 정류장을 우회하며 운행을 이어갔다. 그런데, 경기도 버스들의 우회 정보가 미정차 정류장 버스정보안내기(BIT)에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아 승객들이 혼선을 겪는 일이 있었다.
기자는 12시 10분부터 12시 50분 정도까지 ‘KBS(정류장 번호 19130)’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BIT에는 경기도 버스의 도착 예정 시간이 ‘8분 후’, ‘3분 후’, ‘잠시 후’ 등 차례로 줄어들었지만, 해당 버스는 나타나지 않은 채 다음 버스의 도착 예정 시간으로 표기가 넘어가는 현상이 반복됐다. 서울시 시내버스의 경우 전광판에 ‘우회’ 표시가 표출됐던 것과 대비됐다.
BIT의 정보대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온다는 거야, 안 온다는 거야”, “안 오면 안 온다고 알려줘야될 거 아냐”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버스회사에 전화한 시민은 “점심시간이라고 전화를 안 받네,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고 언성을 높였다. 결국 여러 시민은 택시를 호출하거나 다른 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기며 “더운데 뭐 하는 거야”와 같은 짜증을 쏟아냈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BIT 관련 부서에 확인해 본 결과, 여의도를 비롯해 도로 집회가 신고되면 경찰에서 사전에 집회 정보를 공유한다. 그러면 해당 집회에 영향받는 정류장 BIT에 우회 및 무정차 정보 표출을 적용한다. 그러나, 서울시와 경기도 측은 이번 통제 정보를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경기도 버스의 우회 정보가 BIT에 반영되지 않았던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우선 BIT 시스템의 차이다. 서울시는 기사가 조작하는 버스 내부 단말기 등을 통해 돌발 우회 정보를 반영할 수 있는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도 측은 서울과 같은 방식의 기능은 있지만 현재 적용 또는 활용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운전 중 조작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이나 오작동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한 역효과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은 지자체 간 정보 전달 구조의 한계다. 서울시 BIT는 경기도 시스템으로부터 수신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버스 정보를 표출한다. 그래서 서울 버스는 우회 정보를 제대로 표시할 수 있었지만, 우회 정보가 등록되지 않은 경기도 버스는 노선을 따라 정상적으로 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서울시와 경기도의 입장이 갈렸다. 경기도 관계자는 “서울 시내 BIT의 제어 및 표출 권한은 전적으로 서울시에 있기 때문에, 서울 버스들의 우회 상황을 확인했다면 해당 BIT의 경기도 버스 정보도 우회하는 것으로 표출했어야 한다”라며 “경기도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즉각적인 대처를 했겠지만, 관외에서 벌어지는 상황까지 사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힘들지 않은가”라고 짚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다가 우회하는 버스가 나타나면 CCTV를 통해 확인하는데, 사각지대가 있다 보니 어떤 정류장에 어떤 버스가 무정차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긴 힘들다”라며 “다른 지자체 버스의 우회 정보를 데이터로 얻기 어렵다 보니, 해당 버스들의 우회 상황까지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소 방안에 대해서도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도와 인천시 등 서울 관내에서 운영하는 버스의 지자체들과 서울시의 버스 정보 시스템 단말기 및 소프트웨어를 연동하고 자동 시스템을 연계하면 돌발적인 우회 상황에도 대응하기가 원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경기도 관계자는 이러한 표준화 방식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경기도 내 시군별 업체 선정 방식과 시스템 인프라가 제각각이라 일괄적인 체계 구축에는 행정적·기술적 난관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정류장에 대기 중인 승객이 있음을 버스 운전기사에게 미리 알려 무정차를 예방하고 편의를 증진하는 ‘승차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지자체별로 구축해 놓은 시스템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관계 기관 간 사전 정보 공유와 협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버스 운수사에서는 갑작스러운 우회 상황에 적용하는 별도 안내 가이드라인은 현재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그동안 갑작스러운 우회에 대한 승객들의 민원이나 불만 제기가 없었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논의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우리 대중교통 체계가 안고 있는 사각지대를 보여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우회와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운수사와 지자체가 즉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비상 연락 체계를 정비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대응 매뉴얼도 마련돼야 한다.
또한 여의도처럼 갑작스러운 교통 통제가 빈번하고 여러 지자체의 버스가 오가는 주요 거점부터 우회 정보 공유 체계를 갖추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버스가 어느 지자체 소속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가 제때 전달되느냐에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서울시와 경기도가 각자의 시스템과 제약 속에서 체계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노력이 지자체 간 경계를 넘어 시민의 이동을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 정보체계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