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정책, 주요 선진국 '경쟁촉진' VS 한국 '경쟁제한'
미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기업들간의 경쟁 촉진 정책에 주력하나, 한국은 대기업은 규제하고, 중소기업은 보호하는 경쟁 제한 정책에 주력하여, 결과적으로 유망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이하 '협력센터')와 기업소송연구회(회장 전삼현 숭실대 교수)가 여의도 전경련 대회의실에서 공동개최한 '바람직한 대·중소기업 거래규제 정립방안 세미나'에서 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시장 경쟁을 촉진하여 기업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도록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나, 우리나라는 대기업은 강자, 중소기업은 약자라는 인식에서 대·중소기업 간 경쟁을 제한하여 중소기업은 보호하고 대기업은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기조가 지속돼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교수는 "과도한 중소기업 보호위주 정책은 중소기업의 혁신을 저해하여 경쟁력을 약화시켜, 대기업으로 성장을 가로막는 역기능이 있으므로 대·중소기업 간 거래제도는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다는 관점보다는 소비자 후생증진이나 산업발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독일의 중소기업정책은 시장에서 공정경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그 바탕에서 중소기업의 혁신을 지원하여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있으며, 미국은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우리와 같지만, 중소기업에 목표치를 계속 부여함으로써 생존가능성을 높여 단순한 유치산업의 보호가 아닌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육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의 하도급법은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적 예방조치 중심의 가이드라인 역할에 주력하는 반면, 한국은 사후적 규제와 처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거래규제 위반 시 일본이 벌금만 부과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과징금, 벌금 등으로 동일 건에 대해 중복처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한국의 기업 간 거래규제 현황과 과제'를 발제한 신석훈 박사(한경연)는 "2008년 OECD 회의에서도 우리나라 하도급법처럼 구매기업으로부터 공급기업을 보호하는 규제 도입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지만, 효율성을 떨어뜨려 소비자의 후생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히고, "대·중소기업 간 거래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한국의 기업정책 기조는 세계적인 추세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려 많은 기술유용 징벌배상제, 성급히 도입돼 기업부담 가중
'기술유용에 대한 징벌배상제, 입법적으로 타당한가?'를 논의한 두 번째 세션에서는 우리 법체계와 맞지 않고 과잉규제라는 지적을 받았던 징벌배상제가 보완대책 없이 성급히 도입되어 기업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도급상 기술유용에 대한 징벌배상제 보완방안'을 발제한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기술자료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하도급법을 준수해야할 기업들이 어떤 기술을 보호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 제공하는 기술자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술자료 심사지침에서 수급사업자의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것'이라 규정되는데, 수급사업자가 제공한 기술이 독창적이지 않아 보호가치가 없더라도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됐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원사업자의 고의나 과실이 추정되어 수급사업자가 입은 손해의 3배까지 배상될 수 있다.
전 교수는 "심사지침에서 예시로 들고 있는 사항은 원사업자가 기술을 요구할 때 사전에 알 수 없는 것이 많으므로 지금처럼 기술자료의 정의가 불명확한 상태에서는 불필요하게 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중소기업과 기술교류를 일체 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전 교수는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자료의 범위를 공정위 지침보다는 법령에 구체화해야 하되, 지적재산법적으로 보호받는 기술자료나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있는 기술자료로 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전 교수는 "원사업자가 무죄로 판명될 경우 수급사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규정을 신설하여 남소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용길 원광대 교수와 최승재 경북대 교수는 "현재 하도급법상 고의가 아닌 경과실로 이뤄진 기술유용에 대해서도 똑같이 징벌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징벌배상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협력센터 정병철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현재 한국은 기업이 성장할수록 혜택은 사라지고 규제와 부담이 늘면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기업정책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건강한 기업 생태계 구축에 맞는 방향이었는지에 대해 한번 돌아볼 시점이라고 생각돼 오늘 세미나를 마련했다"고 개최 취지를 밝혔다.
이날 세미나의 좌장은 신현윤 연세대 교수, 정기돈 바른법률 변호사가 맡았으며, 서석호 김앤장 변호사, 주진열 부산대 교수, 황태희 성신여대 교수, 선문대 김홍석 교수, 이정희 경실련 중소기업위원장,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오동윤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하고 대·중소기업 임직원, 학계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중소기업 정책방향을 둘러싸고 열띤 토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