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노동시장 개혁을 핵심과제로 삼은 정부가 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유연한 근무 방식 확산이라는 네 가지 큰 틀에서 근로시간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등으로 확대하고, 연장근로를 늘리는 경우 근로자 건강권 보호조치를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근로자가 초과근로 수당과 추가 휴가 중 선택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고, 근로자가 출퇴근시간 등을 결정하는 선택근로제 허용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연구개발은 6개월)로 늘린다는 내용도 포함한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정부 발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 정부 개편안을 놓고 노동자 이익을 찾아볼 수 없는 개악이라는 비판과 기업의 업무효율 및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가 맞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이번 개편안에 오직 사업주 이익만 있을 뿐 노동자 건강과 휴식은 없다고 밝혔다.
과거 정책 재탕에 불과한 실효성 없는 포괄임금제 규제, 감독을 포함해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은 결국 사용자의 이익으로 귀결된다는 지적이다.
민노총은 “연속·집중 노동으로 무너지는 건강권, 근로기준법마저 적용받지 못하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와 단기 쪼개기 노동계약이 주류인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그림의 떡인 휴식권”이라고 해석했다.
주당 64시간을 상한으로 제시한 정부가 과로사 기준인 4주 연속 64시간 노동을 피하려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에 대해서는 “생활이 어려워 실질적인 강제노동에 내몰리는 노동자에 수당을 포기하고 휴식을 취하라는 것으로 작은 사업장, 저임금 노동자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선택적 근로시간 제도는 현실을 외면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게 민노총의 입장이다. 노조가 없는 대다수 노동현장(전체 노동자의 약 80%가 근무하고 있는 100인 미만 사업체)에는 노동자에 선택권(결정권)이 없다는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6일 이번 정부 개편안을 통해 기업들이 산업현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근로자들이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전경련은 연장근로 시 11시간 연속 휴게시간 부여를 보완하는 주64시간 상한 설정,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등이 근로시간 선택의 자율성을 확대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한국무역협회는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해 현장 인력 운용에 제약이 커졌다며, 이번 개편안을 통해 생산유연성과 수출경쟁력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