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올해도 전 세계 빅테크들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청사진들을 발표했다.
전기차와 로봇, 자율주행차 대표 기업으로 손꼽히는 테슬라(Tesla)도 지난 10월 11일 ‘WE, ROBOT’행사를 열고 ‘사이버캡(Cybercab)’과 ‘사이버밴(Cybervan)’을 공개했다.
사이버캡은 로보택시다. 2026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며, 2인승 자율주행차량으로 스티어링휠과 페달, 사이드미러 없이 차량 내부에 터치스크린만 존재한다. 사이버밴은 14좌석에 최대 20인까지 탑승 가능한 다목적 자율주행차량이다.
로보택시란 뭘까? 자율주행 4단계 이상의 차량으로 공유경제를 실현하는 차량이다. 차량을 구매한 소유자가,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 근무시간이나 밤에 차량을 주차해 두는 대신 택시로 활용한다는 개념이다.
‘신차를 구매하는 순간 중고차’라는 말이 있다. 제아무리 스펙 좋고 비싼 차량이라고 하더라도 차량의 감가상각은 어쩔 수 없다는 뜻이다. 로보택시는 자신의 차량을 필요하지 않은 시간에 불로소득을 창출할 수 있어, 감가상각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테슬라가 사이버캡을 발표하며 ‘3만 달러 이하의 판매가’를 특징으로 내세웠다는 것도 이러한 기대를 마케팅 전략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유차량’의 전망은 정말 밝기만 할까? 현재 일상에서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유경제 플랫폼’인 공유 자전거·킥보드를 보면 우려가 앞장선다.
대한민국 ‘공유경제 플랫폼’의 현실
흔히 ‘PM’이라고 불리는 공유 킥보드와 전기자전거 공유서비스는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좁은 인도에서 주행하며 보행자와 충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데, 몇몇 사용자는 일부러 보행자 앞뒤를 ‘칼치기’하듯 달리며 곡예운전을 하기도 했다.
이들이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분별한 주차로 인한 통행 방해다.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 근처, 또는 아파트단지 등 목적지에 도착한 사용자들이 킥보드와 자전거를 아무렇게나 주차하고 떠난다는 것이다. 떠올려보면, ‘내던지고’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기도 한다.
‘킥보드 이용자가 지하철역에 도착하더니, 킥보드에서 내리면서 옆으로 밀어 넘어트리곤 눈길조차 안 주고 역 안으로 사라지더라’라는 도시괴담 같은 목격담이 종종 들리는가 하면, 실제로 길 한가운데 떡하니 주차된 킥보드와 자전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버스정류장에 킥보드를 세워두고 갈 길을 떠난 사용자도 있다.
어떤 사용자는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킥보드를 주차해 놓아, 킥보드가 바람에 넘어져 음식물 쓰레기통 사이에 널브러져 있기도 한다. 이런 킥보드를 다음 사용자가 아무렇지 않게 이용할 수 있을까?
기상 상태가 좋지 않은 날 이들은 도시의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된다. 안 그래도 길을 막고 있는 자전거와 킥보드는 거센 바람에 넘어져 걸음을 방해하고 도시 미관을 망친다.
사용자들의 ‘부담 없는’ 이용은 다른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이는 서비스제공업체와 지자체를 향한 날 선 민원으로 이어진다.
경기도 부천시 송내역에는 ‘PM 주차장’이 마련돼있다. 킥보드 이용자들이 안전한 곳에 기기를 주차할 수 있게 유도하는 사업이다. 송내역 외에도 부천시 관내에 42개소가 운영 중이다.
PM 주차장은 제 역할을 잘하고 있을까? 1년여간 지켜본 결과 이곳은 킥보드와 자전거가 혼재돼 주차되고 있다. ‘전용 주차구역이 있다’라는 인식이 생긴 탓인지 주차해 놓는 모양은 가지각색이었지만, 나름의 규칙이 생긴 듯했다.
그럼에도, 길 한가운데 주차해 놓는 사용자는 여전하다. 열 발짝만 더 가면 되는 거리에 떡하니 자전거를 세워놓고 떠날 만큼 급한 일은 무엇일까?
그러다, 재밌는 현상을 발견했다. 송내역은 공유플랫폼 등장 전에도 자전거 수요가 많은 곳이었다. 때문에 역 앞에 수십 개의 자전거 거치대를 조성했다. 주말, 이곳은 자전거로 붐빈다. 서둘러 온 사용자들이 거치대에 자전거를 올려놓고 자물쇠를 채워놓는다. 늦게 온 사람들은 거치대 근처에라도 자전거를 세우고 바퀴에 자물쇠를 잠근다.
똑같은 자전거 사용자들인데, 주차 풍경이 다른 이유는 ‘내 것과 남의 것’ 때문일 것이다. 자기 돈과 정성이 들어간 ‘내 자전거’는 정성껏 각을 맞춰 쓰러지지 않게 주차해 둔다. 일정 기간 빌린 ‘남의 자전거’는 쓰러지든 비를 맞든 아무데나 내버려두고 뒷일은 나 몰라라 다.
부천시는 지난달 11일부터 경기도 최초로 불법주정차 PM에 대한 견인을 시작했다. 10월 11일부터 11월 11일까지 계도기간은 운영했고, 시민들이 편리하게 신고하고 처리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민원신고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통행을 방해하는 위험한 킥보드를 즉각 견인하고 운영업체에 견인료와 보관료를 청구한다. 이를 납부한 업체는 이용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계도기간 초기에 신고 건수가 100건에 달했는데, 한 달 후에는 10여 건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자기 행동에 대한 제재, ‘책임’이 생기니 공유 킥보드 주차에도 정성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PM 견인 정책은 서울특별시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며, 여러 지자체로도 확장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견인 정책은 킥보드에만 국한되고 있다. 공유 자전거는 법제상 PM으로 분류되지 않고 자전거로 따지기 때문에, 현재는 업체에 정비 권유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만큼,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사용자의 의식도 성장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는 ‘배려와 존중’의 자세가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