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 한 곳을 중심으로 운영해 온 규제자유특구를 여러 지역이 공동 참여하는 광역연계형으로 확대한다. 첫 대상은 스마트농업과 신해양레저 분야로, 각각 전남·광주·전북·충남과 경북·부산이 실증을 나눠 진행한다.
국무조정실과 중소벤처기업부는 국무총리 주재 제19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가 광역연계형 규제자유특구 2곳을 처음 지정하고, 규제자유특구 혁신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1일 밝혔다.
규제자유특구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신기술·신산업 사업자가 일정 기간 규제 특례를 받아 실증할 수 있도록 한 지역 단위 규제샌드박스 제도다. 실증을 통해 안전성과 사업 가능성이 확인되면 관련 규제를 정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부는 그동안 특구가 단일 지방정부와 개별 제품·서비스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실증 성과가 산업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봤다. 특정 지역에서 확보한 실증 자료만으로 전국 단위 기준이나 표준을 마련하는 데도 제약이 있었다는 판단이다.
스마트농업, 3개 권역서 전력·충전·자율작업 실증
스마트농업 광역연계형 규제자유특구는 전남·광주를 중심으로 전북과 충남이 참여한다. 영농형 태양광에서 생산한 직류전원을 활용해 전기농기계를 충전하고, 자율작업 농기계를 운용하는 전 과정을 지역별로 나눠 검증한다.
전남·광주에서는 태양광 전력을 교류로 바꾸지 않고 직류 배전망을 통해 농업시설과 충전시설에 공급하는 방식을 실증한다. 충남은 태양광 직류전원을 전기농기계 충전에 활용하는 체계의 안전성과 운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전북에서는 소프트웨어 정의 기계(SDM) 기반 무인 자율농작업과 다중 관제 기술을 실증한다. SDM은 하드웨어를 바꾸지 않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자율주행과 정밀제어 등 농작업 기능을 확장하는 기술이다.
스마트농업 특구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부 소관 실증특례 8건이 적용된다. 정부는 실증 결과를 토대로 농작업 효율 개선과 직류 전력망 활용 확대, 관련 표준 마련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경북·부산, 자율운항·무인구조 검증
신해양레저 광역연계형 규제자유특구는 경북이 중심이 되고 부산이 협력한다. 해수욕장과 항만 등 서로 다른 해양 환경에서 레저선박 자율운항, 무인 해양안전 모니터링, 무인 구조 시스템을 검증하는 사업이다.
레저선박 자율운항은 경북과 부산에서 각각 실증한 뒤 상호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자율항법시스템을 조종 주체로 인정해 면허 보유자가 직접 조종하지 않는 부분·완전 자율운항을 허용하되, 보조운항자 탑승과 비상구조선 배치, 안전수역 지정 등 안전 조건을 적용한다.
무인 해양안전 모니터링과 무인구조 시스템은 경북에서 초기 검증한 뒤 부산에서 후속 실증을 진행한다. 무인선과 무인수중드론을 활용한 해양 모니터링·자율관제, 무인수상구조로봇 기반 구조체계가 대상이다.
신해양레저 특구에는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소관 실증특례 4건이 적용된다. 정부는 실증을 거쳐 자율운항과 무인구조 체계의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해양안전 관리에 AI 기반 모니터링을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광역연계형 특구 5곳
정부는 광역연계형 특구를 올해 처음 도입해 2030년까지 모두 5곳을 지정할 계획이다. 두 곳 이상의 지방정부가 산업 가치사슬과 연관된 규제를 함께 실증하도록 해 개별 기술 실증을 사업화와 산업 생태계 확산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특구 운영 방식도 손질한다. 앞으로 신규 특구를 지정할 때부터 규제 소관 부처와 법령 정비 방향과 시기, 절차 등을 담은 규제개선 로드맵을 마련해 특구위원회에 상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구별로 중기부와 규제 소관 부처, 지방정부, 전문가, 참여기업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도 운영한다. 실증 진행 상황과 규제 개선 방향을 공유하고, 실증이 끝났음에도 법령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과제는 특구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규제 특례에 붙는 부가 조건도 합리화한다. 사업자가 이행하기 어려운 조건을 규제기관이 부과할 경우, 규제기관이 해당 조건의 필요성과 적정성을 설명하도록 제도를 보완한다. 현재 지역특구법에 열거된 메뉴판식 규제 특례도 신기술·신산업 수요에 맞춰 정비할 예정이다.
55개 특구 지정…법규 정비율 81.8%
중기부에 따르면 규제자유특구 제도 도입 이후 올해 7월까지 모두 55개 특구가 지정됐다. 이 가운데 규제 실증을 마친 뒤 법령 정비를 요청한 77개 법규 중 63개가 개정돼 정비율은 81.8%로 집계됐다.
정부는 특구 운영으로 기업 538개를 유치하고 7493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실증 성과가 제도 개선과 기업 사업화로 이어지는 속도를 높이고, 특구 참여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광역연계형 특구와 함께 자금·기술·판로·해외 진출 지원을 연계해 실증 참여 기업의 사업화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5극3특 성장엔진 및 지역거점 창업도시 정책과도 연계해 지역별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특구 발굴을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