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국 근원물가를 좌우하는 요인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국내 GDP 성장률 26년 3.5%, 27년 3.0% 전망 - 경제 브리프’ 브리프에서 2002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의 근원물가 결정 구조를 필립스 곡선(Augmented Phillips curve)으로 추정한 결과를 밝혔다.
보고서는 근원물가를 종속변수로 두고 기대인플레이션, 수요요인(실업률·실질 GDI), 비용요인(명목 임금·원달러 환율)을 독립변수로 설정했다. 분석 구간은 물가구조의 변화 시점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코로나 팬데믹(2020~2021년)’, ‘AI 반도체 슈퍼사이클(2025년 이후)’을 반영해 3개 국면으로 나눴다.
1기(2002년 1분기~2011년 1분기)에서는 실업률이 낮아질수록 물가가 오르는 전형적인 필립스 곡선 관계가 나타났다. 2기(2011년 2분기~2017년 2분기)에는 부호가 반대로 전환되며 전통적 관계에서 이탈했다. 이러한 이탈부호 역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의 디플레이션 압력 확대·원자재 가격 안정·기술 혁신 등이 국내 근원물가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3기(2017년 3분기~2026년 2분기)에는 다시 정상 부호로 회귀했다. 보고서는 경기·고용 상황이 물가에 유의미하게 반영됐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도, 2기의 이탈 이후 약화한 상태로 복귀한 것이어서 과거만큼 강한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 계수는 1기 0.720, 2기 1.226, 3기 1.244로 전 국면에 걸쳐 양(+)의 유의한 관계가 일관되게 확인됐다. 보고서는 기대가 물가를 일방적으로 끌어올린다기보다는, 과거 물가가 기대 형성과 현재 물가에 함께 영향을 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소득(GDI)·임금 계수는 3기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실질 GDI 계수는 1·2기에 유의했다가 3기에서 약해지면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임금·성과금 확대가 물가를 올린다는 인식은 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단, 표본 구간을 바꾼 민감도 분석에서는 방향성이 일부 유지되고 있어 데이터 축적 후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원달러 환율은 1기(0.007)와 2기(-0.011)에는 유의하지 않았으나 3기에 0.023(1% 유의)으로 뚜렷해졌다. 보고서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라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근원물가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으로 환율이 다시 상승하면 상방압력이 과거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향후 환율 경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보고서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9%에서 올해 2.5%, 2027년에는 2.4%로 한국은행의 목표인 2%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물가 안정이나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근원물가는 높아진 기대인플레이션, 반도체 호황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 등을 반영해 쉽게 낮아지지 않는 경직성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화정책은 한국은행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해 현재 3%인 기준 금리를 11월 3.25%, 2027년 1분기 3.5%(최종금리)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경기가 급랭하거나 원달러 환율이 1천200원대로 내려가면 최종금리가 3~3.25%에서 멈출 수 있고, 국제유가 급등이나 연준 긴축 강화로 환율이 1천400원 대로 높아지면 3.75~4%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국내 경제 전망도 내놨다. 보고서는 올해 성장률을 기존 3%에서 3.5%로, 2027년은 2.3%에서 3%로 각각 상향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회복, 민간소비 개선을 반영한 것이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 취업자 증가 폭은 23만 명, 경상수지는 4천950억 달러 흑자로 전망했다.
다만 위험 요인이 함께 존재한다고 짚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커져 수출·설비투자가 예상을 크게 상회하고 가계 소득 개선이 소비증가세를 촉진하면 성장률이 3%를 웃돌 수 있지만, 중동지역 분쟁 장기화와 고물가·고금리 및 AI 투자 속도 둔화가 겹치면 이를 하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