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산업에 딴지 건 미국, 큰 영향은 없다

[산업일보]
최근 미국 상무부가 이달 말에 발표할 ‘철강 수입제재 보고서’에 한국이 관세 부과 국가에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가 철강 수입국을 관세가 면제되는 1그룹, 전면 관세 부과 대상인 2그룹, 관세 부과와 수입 제한이 되는 3그룹으로 나눴는데 한국은 2그룹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2그룹에 포함된 국가에는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과 베트남이 있는데, 이를 두고 한국 철강재에 대해 중국과 마찬가지로 100%가 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산 철강 전강종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세를 부과해왔으나, 이번 발표에 유독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이 중국과 같은 그룹에 속해 초고율의 관세를 부과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의 관계자는 “그저 관세를 부과해야 하는 국가에 같이 속했을 뿐”이라고 전제한 뒤, “같은 그룹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중국과 비슷하게 100%가 넘는 초고율의 관세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면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8월 현재 가격 비교가 용이한 열연의 미국 수출 가격은 642달러로 미국 평균 내수 가격인 626달러 대비 2.6% 높다. 후판의 경우도 668달러로 미국 가격에 비해 4.5% 낮다. 이는 곧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낮은 수준에 그칠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미 지난 금요일 국내 철강 전종목 주가가 하락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미국 철강주 중 AK Steel과 US Steel 주가도 각각 5.8%와 3.4% 하락했다. Nucor 주가는 0.04% 상승에 그쳤다.

“무역은 상대적이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초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한국산 수입량이 감소한다면 미국 업체는 그 만큼 더 많이 팔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주요 철강업체 주가가 상승해야 타당하다”고 전제한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 하락이라는 공통의 악재가 출현한 것이 위와 같은 주가 흐름의 원인으로 꼽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전망이 미국 철강업체 주가에 강한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산 수입량이 미국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에는 4.8%, 2017년 상반기에도 4.6%에 불과하다. 미국 철강 시장에 한국산 철강재의 영향은 크지 않다. 한편 미국 철강 수입량 중 한국산 비중 은 2016년 12.5%에서 2017년 상반기 10.4%로 하락했다.

한국 철강 생산량(조강기준)에서 미국 수출량 비중은 2016년에는 5.5%, 2017년 상반기에는 5.4%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강관이 2016년 22.7%, 2017년 상반기 35.8%로 높고, 나머지 강종들은 4%에도 미치지 않는다. 설사 미국이 초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한국업체들의 미국향 수출이 전면적으로 중단되더라도 영향은 일부 강종에만 크게 미치고 대부분 제한적일 것이다.

미국 내 반발도 고려할 사항이다. 예를 들어 한국산 자동차용강판을 사용하는 것이 원가 측면에서 유리한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부과에 반대할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생산 중인 차종에 공급되는 철강재는 거래선을 바꾸기도 어렵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재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관세율은 미미할 것이고 따라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