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 로봇·ICT 접목해 원격 초음파 영상진단 ‘성공’

[산업일보]
그간 의료 소외지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원격 진단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다수 제시돼 왔다. 한국에서 의사의 손 동작을 그대로 구현한 기술이 개발돼 이제 그 예측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의료기계연구실 서준호 박사 연구팀이 원격 의료영상 진단 로봇시스템 ‘RADIUS(Robot-Assisted Diagnostic Imaging for UltraSound)’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도심지역 병원의 영상전문의에게 필요한 마스터 로봇과 원격대상 지역의 환자에게 필요한 슬레이브 로봇을 개발했다.

도심지역의 초음파 진단전문의가 마스터 로봇의 초음파 진단 기구를 평소와 같이 움직이면 원격대상지역의 환자 위에 놓인 슬레이브 로봇이 똑같이 움직이면서 초음파 영상을 얻어내고, 화면에 실시간으로 그 영상을 전송한다.

울릉보건의료원, 서울 삼성병원, 욱성미디어 등과의 협력을 통해 인터넷망만 연결돼 있으면 화상통신과 초음파 진단영상, 로봇 제어가 가능한 전용 통신 플랫폼을 개발하고, 성공적으로 원격 초음파 영상진단 테스트를 마쳤다.

서준호 박사는 “정식 의료 기기로써 임상 허가를 받는 과정이 남아 있어 실용화에 약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재 수준의 개발 결과로써 우선 울릉보건의료원과 같은 도서 지역에 설치해 시범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마스터 로봇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슬레이브 로봇이 민첩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회전 구동기를 기반으로 한 병렬 로봇을 만들었으며, 도심지의 의사가 손에 쥐고 진단하는 도구 ‘프로브’를 360도 회전시키기 위해서 골격 중간에 관절을 하나 추가했다.

또한, 의사가 초음파 진단을 할 때 팔의 속도를 분석해 마스터 로봇과 슬레이브 로봇의 움직임을 테스트한 결과, 육안으로 봤을 때 오차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실시간 구현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고 기계연은 전했다.

기계연이 이번에 개발한 로봇은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라는 장점이 있다. 진단 도구인 프로브를 제외하면, 사람 몸 위에 올라가는 슬레이브 로봇은 1.5㎏에 불과하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프랑스 A사의 제품은 3.5㎏ 수준으로 별도의 거치대가 필요하고, 프로브의 자유도도 떨어져서 연속적인 진단이 어렵다.

원격 초음파 진단 기술의 소외지역 적용을 위한 전문가 자문에 참여한 손경식 울릉보건의료원장은 “초음파는 현대 진료의 청진기라고 할 만큼 안전하면서도 유용한 진료 도구로 꼽힌다”며 “특히 복부나 간, 담낭, 자궁, 근육까지 다양한 질환을 사전에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 소외지역에서도 보다 심도 있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지 판단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박사는 “향후 마스터 로봇을 조작하는 전문의에게 슬레이브 로봇과 환자간의 접촉 힘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햅틱’기술까지 개발할 계획”이라며 “개발된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환자는 더욱 편하게 진료 받을 수 있는 따뜻한 기계기술이 확산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