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산업의 쌀' 베어링, 산업 경쟁력의 핵심 기반

[산업일보]
다양한 산업의 중요한 핵심 부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관심 밖에 있었던 베어링(Bearing) 산업이 로봇·공작기계·전기차·항공우주·신재생에너지 등 차세대 산업과의 연계 및 융합형 베어링 개발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국내 베어링 제조사 19개사가 손을 맞잡아 1990년 탄생한 한국베어링산업협회는 지난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창궐로 기념행사를 한 차례 연기, 지난 15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개최한 ‘제4회 베어링인의 날’과 함께 자축했다.


이날 한국베어링산업협회 진영환 회장은 개회사에서 “베어링 산업은 1953년 국내에서 베어링 생산을 시작한 이후 66년 만인 2018년에 무역수지 흑자 전환을 이뤄냈지만, 이후 3년 연속 적자에 머무르고 있다”고 현황을 밝힌 뒤, “이러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다시 흑자를 달성해낼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회전하는 기계의 축을 일정한 위치에 고정시키고, 하중을 지지하면서 축을 회전시키는 베어링은 정밀기계나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 필수적 부품으로 ‘기계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전시에는 전략물자로 중요도가 높다.

영상으로 축사를 전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학규 원장도 “베어링은 크기는 작지만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하이테크 기계 부품”이라며 “향후 첨단 산업의 주도권을 판가름할 핵심 기반”이라고 베어링의 가치를 역설했다.

한국 베어링 산업, 더 큰 목표를 향한 도약

고부가가치 품목인 베어링 산업의 발전을 위해 창설된 한국베어링산업협회(이하 협회)는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내 베어링 제조사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국내 기술력 제고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했다.

1992년 정부의 국산화 정책에 힘입어 베어링 부품, 소재 국산화를 위해 베어링 국산개발협의회를 운영, 개발 대상 품목 발굴 및 선정을 진행하며 베어링 국산화에 일조했다.

2004년에는 한-칠레 FTA 협상을 시작으로 주요국과의 FTA를 통해 해외시장 진출 지원과 관세 양허 방어를 통한 국내 베어링 시장 보호에 앞장섰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베어링 산업 기술 강화를 위한 R&D 사업도 지속 추진 중이다.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베어링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면 관련 전·후방 산업의 대외경쟁력도 필연적으로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진영환 회장은 “베어링 종합발전 방안으로 ‘베어링 2030’을 수립하고, 한국 베어링 산업의 중장기 방향성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베어링 2030’에서 협회가 추구하는 목표는 ‘세계 베어링 기술강국 도약’을 비전으로, 베어링 매출 10조 달성, 신규 일자리 창출 1만 명, 베어링 중소·중견기업 육성 등이다. 이를 위해 기술 역량 강화, 신시장 창출, 인적역량 강화, 기반구축, 네트워킹 활성화 등 5개 부문의 세부전략을 구성하고,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진영환 회장은 “한국 베어링 산업의 생존 및 글로벌 경쟁 확보를 위해서는 주력산업과 관련된 융합형 베어링의 기획·설계·검증이 가능한 고급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산업으로 꼽히는 자동차, 로봇, 공장기계 등의 시스템과 연계할 수 있는 베어링을 개발하기 위해 융합형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베어링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할 산·학·연 연계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해 지속적인 베어링 산업의 성장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협회는 베어링 산업의 정책 및 제도 선진화에 힘쓰며, 꾸준히 진행해온 베어링 원산지·상표 위조행위 단속활동을 통해 회원사 및 국내 베어링 산업의 권익보호 활동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