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도 공유시대가 열렸다. 공장주가 공장시설과 장비를 다른 사업자와 공유하는 일명 ‘공유 공장’ 서비스가 실증 특례를 승인받은 것이다.
공유 공장 서비스가 시행되면 공장주는 유휴시간에 공장을 빌려주며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공장을 빌려 쓰는 수요자는 고가의 공장시설과 장비를 일정 시간만 임대해 사용하며 제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일본과 중국 등 해외 국가에서는 공장 폐업을 줄이고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같은 공유 공장 서비스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국내에서는 공장주가 기계를 대여하며 수익을 창출할 경우 ‘공장 외 용도’로 사용하는 것으로 판단, 공장 등록이 취소돼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8일 열린 ‘산업융합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마이메이커가 신청한 공유 공장 서비스에 실증 특례를 부여하며 “공작기계 공유를 통해 새로운 공유 경제 모델을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시행하게 된 기업 마이메이커는 경기도 서남권역에서 진행하는 실증 테스트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인천에 위치한 마이메이커 본사에서 이계복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힘들어하는 소기업…공유 공장 ‘버틸 힘’ 될 것
“소기업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등 물가는 끝없이 올라가는데 납품 단가는 5년 전 그대로여서 죽겠다고 하더라. 이들을 도울 방법이 필요했다”
반도체 제조 대기업에 40년 가까이 몸담았던 이계복 대표는 재직 당시 협력 관계를 맺은 소기업들이 납품 단가를 맞추는 데 힘들어하는 모습을 마주했다.
기업이 요구한 납품가가 ‘떨어지면 떨어졌지 다시 오르기는 쉽지 않다’고 본 그는 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했고, 공유 경제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공유 공장을 통해 새로운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소규모 공장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버틸 힘’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공장의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생산 수익이 나지 않으면 공장을 바로 팔아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며 “거래선을 바꿔야 하는 시기도 있고, 제품의 주기에 따라 생산 물량에 변화가 있기 마련이지만 소규모 공장은 이를 견뎌낼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마이데이터에 서비스를 의뢰하는 기업들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공유 공장 서비스는 유휴설비를 임대하면서 다른 사업 방법을 모색할 시간을 벌거나, 물량이 없는 시기를 견뎌낼 여유를 확보할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공유 경제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투자비용…스타트업에 기회
그는 “공유 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초기 공장 설립 비용을 무리하게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혹은, 투자한 공장 설비를 다른 사업자와 공유하며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력은 있지만 해당 설비를 갖출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 등 소규모 사업자들이 서비스를 많이 찾고 있다.
이 대표는 “공유 공장 플랫폼의 경우 고액의 수수료를 내고 타 공장에 생산을 의뢰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원가를 낮추고 저렴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메이커는 공장 대여자와 수요자의 매칭뿐 아니라 화재보험, 기계 고장 수리, 기술 도면 보안 등의 여타 서비스도 신경 쓰고 있다. 안전하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서비스의 최우선 목표로 삼으며, 각 사업자들의 자산을 보호할 방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취지다.
아울러, 마이메이커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공장 공유업과 함께 물량의 수주와 발주를 중개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공장의 가동률을 높여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이 대표는 “국내에 이미 투자된 시설물과 산업물의 활용도를 극대화한다면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