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이 데이터 주권 확보와 산업 지능화를 위해 제조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한국도 데이터 표준화와 플랫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정준 서울대학교 교수는 1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롭게 도래하는 AI 시대, 우리 제조업의 미래는?’ 토론회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EU는 탄소 배출 감축과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도전 과제를 내세워 데이터 기반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제품의 원료 채굴부터 생산·사용·재활용·폐기까지 모든 라이프사이클을 추적해 공개하는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DPP)을 통해서다.
DPP는 배터리·섬유·철강 등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에 먼저 적용된다. 특히 배터리 DPP 적용 의무화는 지난해 8월 이미 공포됐고, 42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27년 2월부터 실행될 예정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 대부분이 DPP 초기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제품의 탄소발자국(PCF) 측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정준 교수는 “PCF를 계산하려면 약 91%의 데이터를 다른 기업에서 가져와야 하고, 공급망이 바뀔 때마다 수치를 변경해야 한다”면서 “우리 회사만의 시스템이 아니라 데이터가 오가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도입 등 산업 지능화를 위해서도 데이터는 필수다. 독일은 자동차 산업의 가치 사슬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 흐름을 표준화하는 ‘카테나-X(Catena-X)’를 시작으로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시작했다.
독일이 카테나-X의 확장을 위해 주요 자동차 제조국에 손을 뻗고 있지만 일본은 독자 노선을 탔다. ‘우라노스 에코시스템’이라는 독자적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정준 교수는 “제조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라면서 “데이터에 포함된 원재료 함량이 민감한 제조 기술일 수도 있고, 어떤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서둘러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PCF 데이터 제출·원재료 추적 등 제조사는 모든 가치 사슬의 표준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교환할 데이터 플랫폼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데이터 플랫폼은 한 회사나 산업 분야가 각자 만들 수 없고, 특히 중소기업은 대응 여력이 전무하다”면서 “데이터 주권을 유지할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