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자동차 급발진 이슈는 제조업계와 피해자가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영역 중 하나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기계상의 오류는 없고 운전자의 착오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재산이나 인명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피해를 스스로 입증해야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0일 국회에서 (사)소비자와 함께,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가운데 열린 ‘제2차 제조물책임법 제정을 위한 국회 정책세미나’는 급발진 관련 분쟁이 730여 건에 달할 정도로 심각해짐에 따라 이를 소비자의 관점에서 풀어내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상명대학교 반주일 교수는 ‘자동차 급발진 주요 쟁점 및 소비자보호에 관한 공학‧기술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반 교수는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사들의 경우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전 세계에 전무하다’고 하지만, 혼다는 급발진 이슈에 대해 자체적으로 리콜을 진행했고, 토요타의 경우도 미국 법원에서 캠리의 급발진이 적발된 바 있다”며, “우리나라는 바닥매트 결함으로 인해 급발진이 발생했던 미국의 세일러 소송과 전자제어 스로틀 결함으로 급발진이 생긴 북아웃 소송을 교묘하게 섞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자동차에 사용되는 핵심 반도체 칩인 MCU의 경우 랜덤불량으로 인해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는데, 제품 동작 중 랜덤하게 발생하는 불량이고 전원을 껐다가 다시 키면 사라지기 때문에 적발이 어렵다.
반 교수는 국내 연구진이 국내에서 제조된 차량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ECU 반도체에 비트플립이 유발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트플립은 0과 1을 오인식하게 되면서 소프트웨어의 코드가 설계 의도와 다르게 잘못된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한 반 교수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변수 카피본을 만들어 사용하는 ‘미러링’과 EDA‧ECC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에 결함이 발생해 리콜이나 무상수리를 진행하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고 이로 인해 가속이나, 제동, 브레이크 페달의 무거워짐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한 반 교수는 “다양한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오직 급발진에 대해서만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 교수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급발진 여부를 언급할 때 사용하는 EDR에 대해서도 “EDR에서 악셀 100%, 브레이크 off라고 기록된 것은 차량의 작동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지, 운전자의 페달조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센서와 소프트웨어 레벨, 반도체 칩 레벨에 대한 다중화를 실시하는 것으로 급발진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