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아이폰의 ‘애플 인텔리전스’, 갤럭시의 ‘갤럭시 AI’처럼 AI(인공지능)만큼이나 우리 일상에 녹아들기 시작한 첨단기술이 있다. 로봇이다.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식당이다. 테이블 주문 시스템(테이블오더)을 통해 주문한 음식을 로봇이 가져다준다. 뷔페식 매장에서는 테이블에 비치된 벨을 누르면 로봇이 다가온다. 식사를 끝낸 접시를 로봇에 탑재된 수거함에 넣는 식이다.
배송도 로봇이 대신해 준다. 공원이나 대학교 캠퍼스에서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로봇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양천구의 양천공원, 오목공원, 파리공원에서는 쓰레기통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분리수거 로봇을 호출해 앉은 자리에서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가 지고 어둑해지면, 로봇은 공원을 순찰하며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
이렇게, ‘자율주행서비스로봇’은 대중에게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봇제조업체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기 전 우리 사회에 로봇 기술이 스며드는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일산 킨텍스(KINTEX)에서는 로봇 전문 전시회 ‘2024 로보월드(ROBOT WORLD 2024)’가 마련됐다. ‘Smart Industry, Smart Life’를 주제로 로봇을 통해 변화하는 미래 사회 비전을 제시했다.
본보에서는 로보월드에 참가한 여러 자율주행서비스로봇 중 ▲서빙로봇과 로봇AI·통합제어솔루션을 내놓은 ‘코가로보틱스(주)(COGA ROBOTICS)’ ▲서빙·배송·물류 로봇을 출품한 폴라리스쓰리디(Polaris3D) ▲로봇 전문 기업 ‘로보티즈(ROBOTIS)’ ▲순찰로봇에 집중하고 있는 ‘주식회사 도구공간’을 만나 자율주행서비스로봇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한국 자율주행서비스로봇과 로봇 서비스, 어떤 상황인가
먼저, 국내 자율주행로봇 서비스 시장의 동향에 대해 들어봤다.
코가로보틱스의 이종혁 선임은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로봇 서비스 시장이 많이 성장했다고 살폈다. “로봇 서비스 회사가 많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기술 성숙도가 높은 회사들도 증가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또한 국내 시장에는 해외에서, 특히 중국 기업의 로봇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모양새로 8~90%가 중국산 로봇이었다. 이 선임은 “국내 기업들의 기술 성숙도가 증가하며, 국산 로봇의 점유율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국산 로봇의 시장 비중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고, 코가로보틱스도 한국 로봇 생태계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폴라리스쓰리디의 곽인범 CEO는 중국산 로봇에 뒤지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로봇 업체 중에 비싼 센서를 사용하는 곳이 상당하지만,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오버스펙’이 되기 쉽다”라며 “로봇 구동 환경에 알맞은 수준의 센서를 AI 알고리즘으로 최적화하면 가격은 중국산 로봇보다 낮추면서도, 기능은 뛰어난 로봇을 제안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도구공간의 김진효 CEO는 “중국 기업의 로봇은 배송·물류 분야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라며“이러한 로봇들의 기반 기술은 이동만 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순찰로봇은 보안과 연결되는 만큼 해외에서 생산한 로봇을 사용한다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라며 “중국산 로봇과 큰 차이점으로 지목되는 ‘높은 가격’을 개선하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으며, 최근 순찰에 꼭 필요한 기능과 솔루션만 적용한 보급형 라인업의 제품을 내놨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로봇만으로 전시를 구성한다는 것이 로봇업체들에는 부담”이라면서 “로봇산업은 매년 신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로봇업체들은 의료, 물류, 보안 등 각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산업군의 전시회에 출품해 왔다”라면서 “AI와 함께 로봇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으며 관심도가 증대된 영향으로, 올해 로보월드에는 중소·스타트업·부품업체 등 많은 로봇업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로보티즈의 이승현 프로는 “자율주행서비스로봇의 가장 큰 시장은 배달시장”이라며 “이번 전시회에서는 실외 배송로봇과 실내 배송로봇을 협동로봇으로 연결한 실내외 통합 배송 시스템 ‘OM-Y(오픈 매니퓰레이터-Y) 시리즈’를 출품했지만, 향후에는 실외 로봇이 픽업부터 집 앞 배달까지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로봇 서비스 산업의 전망에 대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구공간 김진효 CEO의 설명에 따르면, 이전에는 로봇에 필요한 센서나 모터 등의 부품 가격이 고가에 형성돼있었다. 수요가 주로 로봇에서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산 로봇의 가격이 비싸지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그런데, 자동차 또는 퍼스널모빌리티와 로봇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자율주행차량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며 라이다(Lidar) 센서의 수요가 급증했다. 이렇게 자동차 산업과 공통으로 쓰이는 부품이 다양해지며 공급이 많아졌고, 가격이 낮아졌다.
김진효 CEO는 “부품 가격의 안정화와 더불어, AI가 급격히 발전하며 로봇 소프트웨어의 기술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라며 “로봇의 발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최종소비자와 직접 마주하는 자율주행서비스로봇, 어떻게 디자인되나
자율주행서비스로봇은 대부분 ‘캐릭터성’이 가미돼있다. 서비스 상태를 나타내는 디스플레이에 눈이나 입을 송출하거나, 로봇의 전조등이 커다란 눈 모양이기도 하다. 얼굴처럼 로봇의 외장을 만든 뒤 라이다 센서를 모자처럼 장착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로봇에 친근감을 부여한다. 최종 소비자와 직접 만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인 만큼, 거부감을 줄이고 재사용률을 높이는 역할인 셈이다.
그러나, 로봇업체들은 친근한 디자인은 ‘부가적’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폴라리스쓰리디 곽인범 CEO는 “매장 사장님들은 서빙로봇을 단순한 ‘장비’로 바라본다”라고 말했다.
코가로보틱스 이종혁 선임은 “로봇의 안정성이 디자인에서 1차로 고려된다”라며 “모양을 둥글게해 사람과 부딪히더라도 다치지 않게 하는 식으로 하면서, 이용 편의성과 친근감을 주기 위한 간단한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도구공간 김진효 CEO는 “세계적으로 로봇이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는데, 디자인이 획일화되는 것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러나, 단순히 로봇이 이쁜것 보다는 ‘합목적성’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로보티즈의 이승현 프로는 “도심지에서 주행하는 만큼 일상에 녹아들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야 하고, 로봇을 두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게 캐릭터성을 부여했다”라며 “플라스틱 소재와 곡선 디자인을 적용해 사람과 충돌하더라도 다치지 않게끔 설계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재 로보티즈의 로봇 배송 서비스의 성공률은 99%”라며 “실패 또는 지연으로 분류되는 나머지 1%는 사람들이 로봇을 장난감처럼 바라보고 방해하는 상황에서 벌어진다”라고 밝혔다.
‘[우리 곁의 자율주행서비스로봇②] 로봇, 기술보다 서비스의 목적이 중요해’ 기사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