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인프라 발전 위해 여러 과제 해결돼야

[산업일보]
국회 ‘미래 국토인프라 혁신포럼’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첨단산업 필수인프라의 중요성 및 입법과제’ 세미나에서, 한국의 국가 인프라 부족과 첨단산업 필수인프라 대응 문제에 대한 종합토론이 열렸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서울대학교 허은녕 교수는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탄소 중립 등을 많이 얘기하지만 인프라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는 잘 하지 않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80~90년대만 해도 인프라 투자가 잘돼 있던 나라 중 하나로, 인프라 관련 고민 없이 살았다”라고 토론의 운을 뗐다.

이어 “이제 인프라를 더 건설하지 않으면 서울시 전기요금이 2~3배 이상 오를 수도 있는 상황을 맞았다”라며 “심각하게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바둑에 ‘선착의 효’라는, 먼저 두는 사람이 유리한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라며 “한국이 ‘IT강국’이라고 불렸던 건 IT인프라를 빨리 구축했기 때문이라며, 오늘 제시된 현안들이 가급적 빨리 해결돼서 선착의 효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오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첨단산업 국가 산단, 정부 차원의 지원 절실해”
LH 용인반도체국가산단사업단의 김성걸 단지사업팀장은 담당 업무인 산업단지에 관련된 동향을 전했다.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적인 기술 도입,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생산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정부는 2023년 3월 15일 ‘국가 첨단산업 육성 전략과 국가 첨단산업 벨트 조성’ 계획을 발표했고, 15개 첨단산업단지 후보지를 선정해 국가산단 지정을 추진하고있다”라고 소개했다.

김 팀장은 “첨단산단 조성과 주요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기업들이 마주하는 어려움도 있다”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실무적·제도적 방안을 풀이했다.

우선 국가첨단산단 후보지 단계부터 기업은 산업 특성 반영을 요청하고, 사업 시행자는 기업이 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국가산단 개발 사례를 보면 통상 5~6년이 소요돼, 기업 입장에서는 마음에 드는 입지에 산단 조성이 발표되더라도 입주 생산 일정과 맞지 않다면 투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그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6개월 이내에 산단 계획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를 적극 활성화해 운영하며, 기존 기업 이전에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제공하는 정책자금 제도를 신설해 이주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걸 팀장은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은 대규모 인프라가 필요하고 기업의 부담 가능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라며 “첨단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한 국가산단은 수도권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가 기반시설 구축을 지원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안정적인 전력 공급 위한 규제 완화 필요해”
건국대학교 박종배 교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력 인프라 문제를 살폈다.

그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저탄소)을 고려한 전력 공급이 이뤄져야 한국 반도체 산업과 전력 산업,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의 명운이 달려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현재 수도권에서 송전망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고 있는데, 송전망 전체는 포화상태”라며 “신규 송전망을 건설하거나, 수도권의 대규모 발전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송전망의 경우, 지난 정부의 송전망 건설 프로젝트 중 15%만이 착공에 들어갔고, 나머지 85%는 입지 선정 단계에서 지역 주민의 민원을 비롯한 문제로 멈춰있다.

수도권 발전력 확보를 위해선 용인 또는 평택 산단에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는데, 원자력이나 SMR을 건설하기엔 한계가 많고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에 대한 자원은 타지역보다 비효율적이다.

박 교수는 “당분간은 LNG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이렇게 수도권에 발전 설비를 건설한다고 하더라도 산단에 직접 전력을 판매할 수 없어, 산업체와 전기 공급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11차 전력수급 기본 계획’에 대한 국회의 조속한 동의 ▲‘국가기관 전력망 특별법’의 신속한 법안 통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대상 전력 거래 규제 완화를 국회에 호소했다.

“수자원 인프라 부족, 기존 인프라 활용 방법 찾아야”
경기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위원은 “팔당댐이 없었다면 과연 수도권이 있었을까”라며 수자원 인프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선임은 “수도권 광역 상수도 건설시점이 1960년대로, 그때 수립한 계획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구축을 해왔다”라며 “당시에는 수도권이 이렇게 커질지 예측을 못 했기 때문에, 2000년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용수 지역이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2018년 용수 사용량 수급 전망이 40만 톤인데, 2040년대에는 330만 톤에 이른다”라며 “부족량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나, 문제는 전력은 발전소라도 지어보겠다지만 수자원은 늘릴 수가 없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절대적으로 정해진 수자원량을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라며 “현재 국토 건설 계획에서 필요 댐은 거의 건설이 됐고, 지금부터 지어지는 댐들은 용량이 작아 기존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솔루션으로 그는 “팔당댐 하류에서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로 물량을 배분해서 공급하고 있는데. 이중 서울시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겠다”라며 “서울시의 물량 가동률은 20% 미만으로, 150만~200만 톤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방안으로는 “홍수방지댐인 한탄강댐을 다목적댐으로 전환하거나, 이동·고산저수지를 공업용수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조영무 선임은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추후에 신규 댐을 건설하는 복합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차전지 산업 지속 성장 위해 폐수처리 기술 확보 필요”
한국환경연구원 한대호 책임연구원은 이차전지 산업에서 발생하는 폐수처리 문제를 짚었다.

“이차전지는 원료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겪는데, 여기서 폐수가 발생한다”라며 “문제는 환경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산업의 경우 10~15년 정도 지나야 안정이 되는데, 이차전지 산업은 2~3년 만에 제품이 양산되며 엄청난 양의 폐수가 발생해 환경 인프라를 갖출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차전지 산업 폐수는 염·금속 등 고농도의 오염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 폐수 배출량도 상대적으로 높다”라며 “연간 10만 톤 이상 배출이 예상되는데,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나 기업이 부재”라고 말했다.

한 책임은 “이차전지는 새로운 기술이자 산업이기 때문에, 환경 분야에서도 발생저감형·맞춤형·재활용 등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라며 “폐수처리 기술 개발과 노력을 통해 이차전지 산업의 폐수처리와 관리의 글로벌 표준화 및 선두기술을 확보한다면, 지속적으로 이차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2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