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中, 공급망 악화·성장률 하락 경고…글로벌 무역구제 협력해야

[산업일보]
"최근 규범 기반의 다자무역체제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포퓰리즘적 감정과 보호주의적 충동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타오 펭(Tao Peng) 중국 상무부 국장은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구제 서울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재편은 공급망의 취약성을 악화시키고 세계의 성장률도 하락시키고 있다"며 "(고율)관세를 부과했던 국가들이 다시 더 큰 관세를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세계를 상대로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WTO가 '세계 경제가 양극화될 경우 실질 GDP가 7%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 점을 인용하며, 공급망 현지화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 기업 간 리스크 분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WTO의 기본적인 원칙 하에 무역구제 제도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면서도 남용을 주의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그는 "현재 보호무역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만 온실에서는 큰 나무가 자랄 수 없다"며 "합리적인 무역 구제 제도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세레프 게카이 조쉬쿤(Seref Gokay Coskun) WTO 규범국 참사관은 "무역구제는 늘 원활하게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기업, 조사기관들의 이해관계 그리고 국제무역 상대국과의 관계의 영향을 받는다"며 "정상 가격 산정은 더 복잡해졌고 반덤핑 조사 과정 조율이 더 어려워졌고, 우회의 불명확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참사관에 따르면 우회조치들로 인해 원산지 확인, 거래 경로 추적 등이 어려워지고 있고 반덤핑 건수도 늘고 있다.

그는 "팬데믹, 봉쇄 조치, 에너지 위기, 안보·보안에 대한 혼란과 최근의 관세 충격 등으로 인해 무역구제의 도전 과제들이 더 늘어나게 됐다"면서도 '회복탄력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제에 대해 계속 집중하되 시기적절하고 일관적인 무역구제 정책을 펴야 한다"도 말했다. 이와 관련해, 탄소세 및 녹색 기술, 새로운 보조금 산정 기준, 빅데이터 및 민간 정보 활용 기준과 정책의 필요성 등이 제시됐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날 개회식에서 "무역구제는 불공정 무역 행위를 규제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핵심 수단"이라며 균형감 있는 정책 집행을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통상 환경에서는 어느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며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 협력해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무역구제 서울포럼은 무역구제 분야에 특화된 국제 포럼으로 올해 23회째를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엔 WTO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11개 무역구제 기관의 대표, 조사관,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올해는 프레데릭 세피 캐나다 국제무역재판소 위원장, 데이비드 라티나 호주 반덤핑위원회 위원장, 크리스토퍼 애벗 미국 상무부 부차관보 등도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