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배터리 산업이 전기차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AI 데이터센터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드론, 로봇 등으로 수요처를 넓히면서 경쟁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부장은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코리아 2026’ 기조연설에서 배터리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주요국의 정책 및 산업 전략을 참가자들에게 공유했다.
정 본부장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드론과 무인 이동체, 로봇, AI 데이터센터 등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 확대되면서 배터리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캐즘과 정책 변화 등의 영향으로 당초 기대보다 둔화했지만, 배터리 산업 자체는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확대돼 왔다”며 “앞으로도 전기차가 주요 수요처로 남는 가운데 AI, 무인체계, 로봇, 데이터센터 등이 새로운 수요 축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수요처가 확대되면서 배터리에 대한 요구조건도 다양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정 본부장은 ESS와 드론 등은 서로 다른 특성을 요구하는 만큼 향후에는 각각의 용도에 맞는 배터리 개발이 중요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다음 10년에는 단순히 생산 규모를 키우는 경쟁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작동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배터리를 연구하고 산업화하는 경쟁으로 흐름이 바뀔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경쟁과 관련해서는 중국의 생산 규모와 공급망 경쟁력을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중국이 풍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생산 기반을 확보한 뒤 대규모 반복 생산을 통해 제조 경쟁력을 높이고, 공급망을 통합하면서 시장을 확대해 왔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정책과 규제를 통해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과 시장 진입 조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세액공제와 관세, 공급망 관련 정책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유럽은 탄소발자국과 핵심원자재 등을 중심으로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한국은 중국의 규모와 가격 경쟁력에 대응하는 동시에 기술과 품질 측면의 강점을 제조 역량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 정 본부장의 설명이다. 원천기술과 공급망을 함께 바라보고, 유럽 등 주요 시장의 규제 대응 자체를 기술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향후에는 ESS가 새로운 배터리 수요처로 크게 작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각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소재부터 셀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가치사슬도 기존과 다른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 10년간 연구개발과 생산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다음 10년에는 규제 대응과 새로운 기술, 응용처를 넓히는 것이 다양하게 작동할 것”이라며 “결국 기술력을 계속 확보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