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패권(霸權)’을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기술이 힘을 발휘하려면 시장에서 상용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기술 상용화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 3층 컨퍼런스룸에서 에프엔피파트너스 주관으로 ‘공공혁신제품 기술설명회’가 열렸다.
이 행사의 기조강연을 맡은 조달청 조달교육원 홍순후 전임교수는 조선이 일본에게 대규모의 침략을 당한 ‘임진왜란(壬辰倭亂)’을 언급하며, 조선의 군대가 왜군에 밀린 이유가 ‘기술력’의 차이라고 봤다. 조총을 들고 밀려오는 왜군을 칼과 창으로는 막긴 어려웠다는 해석이다.
또한, 홍순후 교수는 과거 영국이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명으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기술력’이라는 기반에 이를 뒷받침한 자본과 정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증기기관 기술을 고도화한 제임스 와트(James Watt)에게 매튜 볼턴(Matthew Boulton)이라는 투자자가 나타났고, 영국 정부가 특허 만료 기간을 연장하면서 기술이 시장을 장악했다. 이로써 영국은 산업혁명의 단초를 제공하며 패권을 누릴 수 있었다.
홍 교수는 “기술을 개발해도 시장을 뚫는 것은 어렵다. 상용화를 못시키면 기업은 패가망신하게 된다”면서 “한국이 지난해 7월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중국이 기술패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기술의 세계 표준을 주도하지 못하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R&D 예산은 GDP 대비 4.6~4.7% 수준으로 전 세계 1,2위를 다툰다. 그러나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 되는 경우는 잘해야 1%정도로 상용화가 심각하게 부진하다는 것이 홍 교수의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조달청은 ‘혁신지향 공공조달 제도’를 운영 중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조달시장은 최저가 낙찰제여서 경쟁입찰 방식이었다. 그러나 제품의 품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술력이 우위에 있는 제품을 선구매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정부가 직접 혁신제품을 시범구매 해 테스트베드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혁신 조달 제도를 도입했다.
혁신제품은 ▲우수연구개발제품 ▲혁신 시제품(공급자/수요자 제안형) ▲혁신성·공공성 인정제품으로 트랙을 나눠 조달정책심의위원회가 선정한다. 혁신제품을 구매한 수요기관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제품 구매로 생긴 손실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정부가 혁신제품의 첫 구매자가 되면, 기업은 초기 판로 확보를 통해 레퍼런스를 확장할 수 있고, 해외 진출 발판 마련이 가능하다. 공공기관은 좋은 품질의 제품 또는 사회적 과제 해결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받아 공공서비스의 질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조달청은 지난해 ▲혁신수요 인큐베이팅 ▲혁신제품 스카우터 제도를 신규 도입했다. 혁신수요 인큐베이팅은 수요기관 및 일반국민의 아이디어를 혁신조달로 연계해 전문가 그룹의 컨설팅을 통해 사업화하는 것이고, 혁신제품 스카우터는 혁신 조달 제도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카우터를 임용해 조달시장 밖 새로운 혁신제품을 발굴하는 제도다.
홍 교수는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에게 테스트 베드를 제공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라며 “혁신 조달 제도는 기술 개발 기업에 큰 기회다.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