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2025년 한국의 ‘초고령 사회’ 진입이 확실할 전망인 가운데, 유연하고 안정적인 노동시장으로의 구조적 변화 추진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요셉 연구위원은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AI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초고령사회와 노동시장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초고령 사회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사회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는데, 6년 만에 초고령 사회에 근접하며 가파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한요셉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외에도 여러 선진국이 초고령 사회에 포함돼 있으나, 이처럼 급격한 속도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관찰된 적 없다”라며 “노동시장의 장기적인 전망에도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작년과 비교해 2050년까지 14% 하락할 전망이다. 15~64세 생산가능 인구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30%까지 하락세가 확대된다.
한 위원은 “이러한 노동공급 축소는 향후 장기 경제 성장률을 추락시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하지만, 정책적인 노력에 따라 장년 및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제고한다면 GDP 하락분의 상당한 부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내놨다.
이어, “OECD에서는 2006년 ‘오래 사는 만큼 더 오래 일하기’라는 근로생애 재설계 주제를 제시했다”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더 오래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 구조 마련이 핵심 과제”라고 해설했다.
원하는 만큼 오래 일할 수 있는 ‘유연한 장기계약’을 확산하고, 생산성을 높게 유지하도록 장려하면서 채용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과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중장년 노동시장은 초고령 사회가 준비돼 있지 않다고 꼬집기도 했다. 임금근로자의 중위 근속연수에 위치하는 50대 남성, 30대 중반 여성층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임금근로자 중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이 40대 남성, 30대 중반 여성층에서 늘고 있는데, 기존보다 좋지 않은 일자리 혹은 기간제와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요셉 연구위원은 “이는 비자발적 이동이 늘고 있다는 것으로, 고용불안이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특히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비중은 약 34%이며, 이는 2022년 기준 OECD 평균의 약 4배에 달하는 상황으로 우리나라 중장년층은 높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노동시장 동향을 살폈다.
이어진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노동 현실은 정규직 노동수요를 낮추는 구조적 측면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성을 초과하는 높은 임금 연공성이 사용자의 명예퇴직, 권고사직 등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사용자 측의 요인을 강화한다. 또, 정규직 고용보호 정책이 재직자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으나, 전반적인 채용수요도 억제하며 비정규직 확대로 귀결되기 쉽다는 것이다.
한 위원은 “이러한 현실 가운데, 계속고용위원회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등에서도 계속고용과 정년 연장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그러나 정년 연장은 현재의 노동시장에서 여러 가지 한계를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정년 연장의 효과로 고령인력 활용과 소득공백·연령차별 극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일부에게만 혜택 집중 ▲정책목표와 수혜대상의 차이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경합 ▲조기퇴직 악화 가능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년 연장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 어려우나, 현 상황에서 강제적 정년 연장은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라며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어 정년 연장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적합한 정책 방향으로는, 조기퇴직 극복에 우선순위를 두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안전성을 향상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라며 “지나치게 괴리되지 않은 임금,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고용보호로 정규직 노동 수요를 높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한요셉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계약에 적절한 계약종료 비용을 부과해 보호수준을 강화하고,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 축소와 구직급여 보장으로 구직유인을 향상해야 한다”라며 “그 외 다양한 조기퇴직 요인들을 예방하거나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상당수의 서비스·기능·단순노동직의 근로자들이 건강상의 이유로 50대 전후로 조기퇴직하고 있는데, 이들이 건강하게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시설 투자나 적절한 수준의 자동화·장비 투자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원활한 가족돌봄이 이뤄지도록 유연근무제를 확산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밖에도 한 위원은 “정년연장과 재고용 관련해서는 노사 간 자율 합의를 촉진하는 것이 우선 과제며, 충분히 수용가능한 시기에 점진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조기퇴직 안화, 연금연령 상향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지나치게 속도가 빠르지 않게 설계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15일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한국노동연구원(KLI)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