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은 내수 중심입니다. 국내 언론사는 한국이 LCD, OLED 시장을 중국에 다 내줬다는 위기론을 펴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비관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1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 2024’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OLED 디스플레이 산업 전망과 인사이트’를 주제로 발표한 그는 최근 부상한 ‘K-디스플레이 위기론’을 정면 반박했다.
이충훈 대표는 “중국 기업의 OLED 출하량이 압도적으로 늘면서 점유율을 추월한 건 사실이지만, 국내 기업의 출하량도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의 급성장은 내수 시장에 의존한 것이고, 한국 기업이 시장을 뺏긴 게 아니라는 의미다.
이 대표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는 물량을 대부분 중국 기업에 납품한다”면서 “중국에선 지난 4월에만 20종류가 넘는 스마트폰이 새로 출시됐고, 중국의 OLED는 ‘만들면 팔리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대형 OLED 디스플레이는 아직 한국이 독점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이충훈 대표는 “노트북, 태블릿 PC, 모니터, TV, 자동차 등 IT 시장은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만 생산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중대형 시장 점유율을 확실히 가져가는 모습이고, 올해 본격 성장할 태블릿 PC 분야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그는 “중국 디스플레이의 성공 비결은 정부 지원금, 거대 내수 시장, 많은 세트(완성품) 업체와 패널 제조사”라면서 “한국은 기술력이 좋다는 장점 하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임에도 한국은 외산 장비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 역차별로 공급망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의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국내 완성품 업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내놨다. 이충훈 대표는 “일본 TV 시장이 무너진 건 ‘좋은 제품’만 고집하다 점유율을 빼앗겼기 때문”이라면서 “성능에만 매달려 제품 가격을 올리는 건 스스로 시장을 없애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스플레이 산업의 정점은 패널 제조사가 아니라 완성품 업체고, 이들이 주저앉으면 모든 생태계가 망가진다”면서 “국내 완성품 업체는 일본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