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올해 4월 한국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100만 대를 넘어서면서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해 등록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자동차 부품에 머무는 배터리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권소담 변호사는 손명수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주관해 국회 의원회관 4간담회실에서 22일 열린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을 열다’ 세미나에서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등록 제도의 도입을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전기차 보급의 지속적 증가에 따라, 사용후 배터리(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역시 2040년까지 2천8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온다”라며 “국내에서도 2030년 전후로 폐배터리가 10만 개 이상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터리는 다른 부품과 달리 운행 종료 후에도 활용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라며 “재제조·재사용·재활용뿐만 아니라 배터리 리스, 잔존가치 평가, 상태관리 등 BaaS(Battery as a Service) 모델이 검토·도입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소비자의 효용성도 향상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전기차 가격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제외한 비용으로 차체만 구매할 수 있어 초기 전기차 구입 비용 부담이 대폭 완화되며, 배터리 구독·실시간 모니터링 서비스·자유로운 배터리 매매 등이 가능해져 후방산업 활성화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자동차 소유권을 등록하는 제도는 한국만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제도라고 봐야 하며, 미국·유럽연합(EU)·중국처럼 대규모 자동차 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 중 자동차 소유권을 외부에 등록해 공시하는 제도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를 전제로 권소담 변호사는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EU에서는 배터리 이력을 추적 관리하는 ‘디지털 배터리 여권 제도’를 예고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 니오(NIO)는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61개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을 운영하며 배터리 리스·교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규제샌드박스 실증을 활용해 택시 대상의 재제조 배터리 B2B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일반 소비자의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해 차량 본체는 내연기관차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배터리는 유류비 정도의 월 이용료를 내는 구독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 등록제도에서는 부품이 차량에 종속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어, 배터리를 분리해 등록할 수 없다”라며 “배터리 대여 사업자가 제삼자에게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보장이 갖춰져 있지 않아 관련 비즈니스 활성화가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 7월 손명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서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해 등록할 수 있게 근거를 마련했으며, 또 소유권이 다르더라도 사후 관리자는 자동차 제조사가 계속 책임지게 명시했다”라고 법안을 살폈다.
권소담 변호사는 “오는 정기 국회에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가장 근본이 되는 제도적 기반은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며 “후속 과제로는 소유권 분리에 따른 보조금·과세 근거와 관련 보험 제도 정비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