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세대. 1945년 광복 이후 한국 전쟁 기간 중 태어나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대한민국의 급속한 산업 발전을 이끈 세대를 말한다. 전쟁 직후 한국의 경제 상황은 열악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산업화 세대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고강도의 노동에 투입됐다.
이 세대의 대표적인 인물들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다. 1960년대 초 경제 개발 자금이 필요했던 정부는 당시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력이 부족했던 해외로 인력수출을 추진했고, 상당수의 젊은 한국인들이 독일의 광부와 간호사 등으로 파견됐다.
2만 여명의 파견 광부와 간호사들이 현지에서 벌어들인 외화는 국내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돼 경제 발전의 종잣돈이 됐다. 산업화 세대를 1980년대 초중반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보는 이유다.
글뤽 아우프(Gluck Auf)…고강도 노동에 투입된 산업화 세대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산업화 세대의 인생은 영화 ‘국제시장’ 속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때 그 시절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를 대표하는 주인공 덕수 또한 전쟁 직후 어린 나이에 가장의 무게를 떠안게 된 산업화 세대 인물이다.
어렸을 때부터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던 덕수는 청년으로 성장한 뒤에도 동생들의 학비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임금을 많이 준다는 파독 광부가 됐다.
지하 1천200미터, 지열 40도를 넘나드는 탄광으로 들어가기 전 나누는 인사는 “글뤽 아우프(Gluck Auf)”. 살아서 지상에서 만나자는 의미다. 광산이 원체 위험한 현장일뿐더러 대부분이 광산 노동의 경험이 없는 초보자였기에 크고 작은 부상에 쉽게 노출됐다. 생명을 위협 받는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독일에서 덕수와 만난 파독간호사 영자도 고된 삶을 영위했다. 영화 속 장면에서도 드러나듯이, 영자와 같은 파견 간호사들은 일반적인 간호 일 외에 시신 수습, 간병 등 고강도의 육체노동이 필요한 업무를 주로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에 청춘 바쳤지만 정부는 관심 밖…국가적 예우 필요
산업화 세대의 산증인인 (사)한국파독근로자연합회(이하 파독연합회) 김춘동 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창 젊은 시절 국가와 가족을 먹여 살려보겠다는 마음으로 먼 타지에서 소위 3D 노동을 했다”며 “그 결과 눈부신 경제 성장을 만들어 냈지만 현재 파독근로자들은 그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이 고국으로 돌아오면 책임지겠다고 분명 약속했으나 제대로 된 복지 혜택이 아직까지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하며 독일에서 번 돈을 가족들에게 모두 보내느라 정작 본인의 집과 생활비 등은 남기지 못한 사람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특히, 김 회장에 따르면 독일에 파견됐던 광부 중에는 당시 탄광에서 마셨던 먼지가루 등으로 각종 폐 질환과 같은 직업적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 외 신체적인 부상으로 일상생활과 생계활동에 지장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의료 혜택조차 없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아 지난해 ‘파독광부간호사법’이 시행되긴 했지만, 김 회장은 파독근로자들의 실질적 예우를 위해 해결해야 할 숙원 사업이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이 경제 10대 강국으로 도약한 것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면서 “산업화 세대들이 경제 발전을 위해 희생했던 사실에 관심을 갖고 기억해 달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