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진정한 ‘글로벌화’는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백지화한 상태로 출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인 출신 방송인이자 웨이브엔터테인먼트(주)의 공동 창업자인 타일러 조세프 라시(Tyler Josef Rasch)가 송도 컨벤시아에서 10일 개최된 ‘2024 인천스타트업위크 SURF (ISW SURF 2024)’의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타일러는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 후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다가 2017년부터 창업을 하게 됐다”라며 “북미 또는 유럽에서의 약품 개발 사업에 대한 컨설팅, 코스타리카 위주의 해외 농산물 업체와 한국 바이오 업체 간의 무역 연결,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등의 스타트업을 운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인도 출신 방송인 니디 아그리왈(Nifhi Agrawal)과 함께 한글 모양의 과자인 ‘한글과자’를 내놓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 이렇게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제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기업의 형태를 설계하는 단계부터 시장 확장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타국의 시스템이나 소비자 패턴과 호환되지 않는 제품을 0부터 다시 제작해야 할 수 있어 리셋 비용이 높아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타일러는 미국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도 공유했다. 우선, 미국 시장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주들이 모인 연방 국가로, 유럽연합처럼 주마다 다른 규정과 법을 따라야 한다. 법인세 제도도 다르다. 연방에서 부과하는 법인세만 내도 되는 주가 있고, 추가 법인세를 요구하는 주도 있다.
주들은 서로를 외국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텍사스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애리조나 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으면 해당 주에 법인 등록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시장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를 지양한다. 미국 기업 중 99.99%는 중소기업보다 낮은 소기업으로, 그 수는 3천320만 개에 달한다. 이들은 미국 GDP 중 44%를 차지하며, 시장은 소기업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한국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이 기반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미국은 땅콩을 으깨서 피넛버터를 만드는 회사가 유명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장”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창업하면서 법적인 규제에 대응하는 것에서도, 미국은 사후단속에 따르면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한국은 사전에 허가를 받고 사업을 시작하려는 경향이 있어, 허가를 받지 못하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고 머뭇거린다”라고 살폈다.
타일러는 한국과 미국 소비자들의 성향도 분석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는 가장 좋은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 스마트폰과 같이 최신 기술을 제품에 탑재한다”라며 “미국 소비자는 자신이 끌리면 따지지 않고 구매하기 때문에, 정서적인 자극을 주는 홍보 방식을 선택한다”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한국에서 ‘글로벌화’에 대한 화두를 꺼낼 때,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국 기업은 해외 진출 시, 해외지사를 설립하고 자문위원회에 외국인 위원을 두고 해외 사업부를 구성하는 등 스펙처럼 구성 요소를 추가하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저는 한국적인 마인드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미국적인 마인드를 해체했다”라며 “가지고 있던 관점을 깨는 것이 글로벌화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타일러는 “진짜 배워야 하는 것은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방해하는 기존의 지식을 삭제하는 방법”이라며 “과거에는 통했지만, 지금의 상황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을 버리는 것이 글로벌화의 핵심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ISW SURF 2024는 11일까지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