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하반기 후판 가격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철강업계는 선박용에 사용되는 두께 6㎜ 이상 철판(후판) 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상승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조선업계는 지속되는 구조조정에 이어 수요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부담 수용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으로 맞서고 있는 것.
16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반기 단위로 이뤄지는 후판 가격인상 협상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지난 7월부터 업체별 협상에 돌입했지만 이견이 커 협상 타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을 건조하는 데 있어 후판 사용은 필수다.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비용 중 4분의 1 가량이 후판 가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해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우선 철강업계는 조선용 후판 납품 가격이 t당 60만 원선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2008년 110만 원선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올해는 후판 가격을 현실화하겠다는 주장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연초 대비 40% 이상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후판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조선업계 논리가 이해가 안된다”며 “업체별로 후판 가격 인상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 빅3를 필두로 올해 상반기 글로벌 조선업계 수주 2위를 기록했으며 최근 두 달 동안 글로벌 수주 1위를 하는 등 업황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도 후판 가격 인상에 긍정적인 신호로 언급했다.
최근에는 포스코를 필두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에서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을 1t당 3만~5만 원씩 올리며 공개적으로 조선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 측은 아직 업황이 되살아났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고 올해도 각 업체별로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후판 가격 인상은 어려울 것 같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특히 후판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철강업계에서 가격을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수주 감소에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 상황을 도외시한 채 가격을 올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철강업계를 비난하기도 했다.
협회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의 매출액 합계가 37조 원을 밑돌 수 있다”며 “선가가 계속 하락되고 있어 이익률이 악화되는 가운데 후판 가격 상승 기조로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 많다”고 각을 세웠다.
또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2014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주요 철강사들이 호주로부터 수입하는 원재료 가격은 올해 상반기 대비 하락하거나 약보합세를 보일 수 있다”며 후판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