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정부가 257개 법정 인증제도를 정비한다. 실효성이 낮은 인증은 폐지하고, 유사 인증의 통합과 절차 간소화 등의 개선도 이뤄진다.
국무조정실 이정원 국무2차관은 ‘기업의 인증획득 부담완화를 위한 인증규제 정비 관련’ 브리핑을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실에서 26일 진행했다.
이번 인증규제 정비는 국무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규제혁신추진단’에서 마련했다. 인증제도는 제품, 공정, 서비스 등이 일정요건에 적합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증명하는 제도다. KS마크, KC마크, 환경표지인증 등이 있다.
현재 한국은 257개 법정인증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안전·의료·보건 등에 한정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 93개, EU 40개, 중국 18개 일본 14개 등이다.
기업체들은 인증 획득을 위한 많은 시간과 비용 부담을 호소해 왔고, 여러 차례 추진된 인증규제 개선에도 실질적인 체감효과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정비방안 마련의 배경이다.
구체적인 정비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실효성이 낮고 수요가 적은 24개 인증을 폐지한다.
예를 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천연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 인증’은 국제적으로 COSMOS 인증(유기농 천연 화장품 인증)이 통용되고 있어 이중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폐지한다. 농임축산식품부의 ‘차 품질인증’은 2015년 도입 후 지금까지 한 건의 인증 사례도 없다. 이렇게 운영이 부실한 인증제도도 폐지된다.
인증대상·시험항목·절차 등이 유사하고 중복되는 인증 8개는 통합된다.
국토교통부의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과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과 같이 비슷하지만 각각 인증을 획득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제도들이 대상이다. 고용노동부의 ‘위험기계기구 안전 인증 및 안전검사’와 ‘유해·위험한 기계·기구·설비 등 안전인증’도 통합된다.
제도 운용 성과 등을 바탕으로 66개 인증의 인증 비용 및 절차 간소화 등의 개선도 추진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ISMS-P(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의 경우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인 기업 의무, 인증 비용 1억~2억으로 과다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비방안으로는 대상 기업을 연 매출 300억 원 이상으로 줄이고 간이심사제도를 통해 비용을 낮추는 등의 수선이 이뤄진다.
소비자의 혼선을 유발하는 91개의 유사인증은 인증제도에서 제외하고 소관 부처의 다른 행정행위로 전환한다. 기술 기준이 미비하거나 인증요건에 부적합한 경우, 지정·선정·진흥과 같은 용어로 쓰이던 인증들이다.
가령, 해양수산부의 ‘수산식품명인’제도의 경우 지정제도로 전환하고 고용노동부의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은 서류심사를 통한 지정제도로 바꾸는 식이다.
이렇게 손질된 인증제도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도 추진한다. 미국·EU, 일본에서 운용 중인 ‘자기적합선언(DoC,Declaration of Conformity)’제도를 신규 도입한다.
제조자가 정부가 만든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스스로 또는 시험·검사기관의 확인을 받아 적합을 선언하는 제도다. KS인증·방송통신기기 인증(KC인증)·친환경 선박 인증에 우선 도입되며 KC인증 중 적용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기관 주도의 독점적인 인증시장에 민간 인증기관의 진입도 허용한다. 신제품 출시 등 다양한 인증 수요에 신속 대응해 인증 심사기간을 줄이고, 민간 기관의 인증 경험 축적 및 역량 확보를 통해 인증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상호인정협정(MRA, 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 추진을 통해 국가 간 중복 시험인증 부담을 해소하고, 민간분야 MOU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간다.
정부는 이번 정비방안의 실효성을 위해 인증 신성 절차를 강화하고 공공조달의 인증 가점을 정비하는 등의 관리시스템 개선 계획도 밝혔다.
이정원 국무2차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인증규제 정비방안을 통해 약 1천527억 원의 기업 부담 경감이 예상된다”라며 “‘자기적합선언’으로 친환경선박의 해외수주경쟁력 향상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자율적인 인증이 부여되는 ‘자기적합선언’제도의 경우, 소비자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사후관리를 강화해 철저하게 운용하겠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개최된 ‘제35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인증규제 정비방안’을 논의하고 소관 부처에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