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중국 기업들의 한국 전시회 방문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3월에 열린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이나 4월 개최된 '서울국제생산제조기술전(SIMTOS 2024)' 등 다양한 산업 전시회에서도 중국기업들의 부스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전시회나 지자체의 초청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알아서’ 참가하는 기업들도 많다.
“중국 기업들이 카탈로그를 들고 와서 상담했죠, 한국 에이전트를 찾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ICPI WEEK’에 참가한 물류운반·하역기계 전문기업인 ‘고려리프트’의 정해원 대표는 전시회 첫날 중국 기업과 미팅을 진행했다며 위와 같이 말했다.
ICPI WEEK를 주관한 경연전람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에서 “이번 전시회에 중국기업은 대략 180여 개사가 참가했다”라며 “전시 사무국의 영업과 중국 현지 에이전트 경유로 참가하는데, 올해는 에이전트 쪽 비중이 높았다”라고 말했다.
이 전시회에 참가한 4개 중국 기업을 만나봤다.
수질 분석기 및 센서의 R&D와 생산에 힘쓰는 ‘SHANGHAI BOQU INSTRUMENT CO., LTD’의 Joy Lee Sales Engineer는 “전시회 참가 후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주지만, 정확한 비율은 알지 못한다”라며 “정부 당국에서 대외무역을 장려하기 때문에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고 알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무기화합물을 취급하는 ‘Jiaozuo Eversim Imp. & EXP. Co., LTD’의 Allen Fan General Manager은 “중국정부는 중소기업의 지역시장 개척을 돕고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라며 “전시 참가 후 정부 보조금으로 3~40%를 신청할 수 있고, 우리는 ‘중국무역촉진회’를 통해 이 전시회를 알게됐다”라고 언급했다.
실리콘 제품을 생산. 화장품·일용품 등 각 업종에 납품한다는 ‘Hangzhou Silway New Material Technolgy Co.,LTD’의 Chen Ziyuan Sales는 “우리는 화공협회를 통해 오게 됐고, 전시회 후 정부에서 부스비용 50% 이상을 지원해 줄 것”이라고 했다.
세 기업은 중국 정부의 지원 현황에 대해 가볍게 전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한 실험장비 전문 기업 관계자는 “전시회 후 부스비용을 20~40%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솔직히 언제 받을 것이라는 장담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조금은 지자체마다 다르게 운영되는데, 우리 지역의 경우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는 60%, 또는 80%까지 보전받았다는 얘기도 들었다”라며 “수출 장려 목적으로 지급하던 보조금이, 수출이 어느 정도 확대되자 지급 금액이 줄고 소요 기간은 늘어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1~3일까지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진행된 ‘2024 국제인공지능대전’에도 중국 기업 3곳이 참가했다. 전시를 공동으로 주관한 서울메쎄 관계자는 “보통 해외에서 한국 전시에 참가하는 경우 에이전트를 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참가한 중국 기업들은 전시회에서 발송한 홍보메일을 보고 개별 참가했다”라고 말했다.
3개 기업 중 인터뷰에 응한 ‘Hypernano-optics’는 ‘초분광 이미지 센서’를 출품했다. 이 기업의 Kevin ‘Director’는 “전시에 참가시 지원을 받는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라고 ICPI WEEK 참가기업들과 다른 얘기를 내놨다.
“중국은 워낙 크고 넓어서 지자체별로 정책이 너무 다양하다”라고 설명한 그는, “이번 전시 참가방법 역시, 직접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고 신청한 것”이라며 “Hypernano-optics이 위치한 지자체에서는 해외 전시 정보를 알려주거나 연결해주진 않는다”라고 했다.
종합해 보면, 중국 정부가 해외 전시 참가 시 지원금을 지원해 주는 것은 사실이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또한 '새로운 공급망 핵심' 인도, 韓 적극 공략 이유는?이라는 제하의 보도(본보 2일자 보도)’ 기사에서 인도 정부가 인도 기업의 한국 산업전시회 참가비용 100%를 지원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스타트업 15개 사에 부스 임차 및 장치비, 운송비, 통역 등을 지원해 준 바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도 6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2024 중국 상하이 금형 전시회(DMC 2024)’의 한국관 참기기업을 모집하기도 했다. 참가비와 운송비, 디렉토리 제작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한국 중앙 정부에서 한국 기업들의 참가비 100% 지급 등,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라고 해석하는 데에는 괴리감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정책이 소재지나 업종에 따라 다르다고 하더라도, 중국 기업들은 분명하게 한국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전시회는 그 교두보로써 사용되고 있다.
국제인공지능대전에 참가한 ‘Hypernano-optics’의 Kevin ‘Director’는 정부의 지원 없이 한국 전시회에 개별 참가한 이유에 관해 “자사의 ‘초분광 이미지 센서’는 AI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다”라며 “한국시장 진출과 파트너사 확보를 위해 참가했다”라고 밝혔다.
ICPI WEEK 참가 기업인 Jiaozuo Eversim Imp. & EXP. Co., LTD의 Allen Fan General Manager는 “전시 참가 목적은 더 많은 고객과 소통하고, 단골 고객과 만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실험장비 전문 기업 관계자도 “우리 기업은 설비 기업으로 A/S를 지원할 수 있는 한국 파트너사를 찾기 위해 참가 했다”라며 “작년에 한국전시회에 참가한 다른 기업들의 추천으로 참가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Hangzhou Silway New Material Technolgy Co.,LTD’의 Chen Ziyuan Sales는 “한국에는 협력사를 만나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방문했다”라고 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 바이어가 본 한국소비제품 경쟁력 및 시사점’ 보고서는 중국 바이어들이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한국우수상품전시상담회’ 등 중국 현지 개최 전시회·상담회에서 한국제품에 대한 정보를 주로 습득한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의 전시회 참가 이유를 보고서의 내용에 비추어 봤을 때, 한국 바이어들 역시 한국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서 여러 제품을 살펴보고 있으며 한국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중국기업들은 자연스레 한국 전시회에 참가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GVC(Global Value Chain,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속 중국 제조기업의 해외진출 전략’ 보고서는 미중경쟁이 첨예해지면서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며 글로벌 공급망 분절·블록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살폈다.
이에 중국은 독자적 기술개발, 산업 육성을 통한 기술 자립, 제도적 장치 마련 등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 과거 외수 및 투자를 통한 성장에서 30년 만에 내수중심으로 정책을 선회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중국 제조업의 입지와 기업들의 기술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2021년 세계 제조업 산업 증가치에서 중국의 비중은 30%에 달했으며, R&D 투입 비중도 2.4%로 증가세를 이었다.
특히, 중국의 ‘특허협력조약(PCT)’ 특허 출원 수 세계 비중은 2011년 9%에서 2022년 25%까지 늘어나며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빠르게 늘리면서,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기업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공급망을 구축하는 동향을 자세히 분석하고, 아세안 등 진출 지역에서 한국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